최승철 건국대학교 식품유통공학과 교수

최근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인식이 분분하다. 제조업이나 음식점 분야의 종사자들은 불경기라고 한다. 만약 불경기라면, 기존에 소비하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줄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외 여행과 관광객 수는 별 차이가 없거나 증가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혹자는 불경기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도대체 현재 우리나라 경기(景氣)의 정체는 무엇인가? 식품 소비자의 소비태도는 어떻게 변했는가? 생산자(유통업체)의 대응방식은 어떠한가? 

새 제품·서비스로 가계지출 변화

많은 사람들이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불경기 국면으로서, 수년 간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들여다보면, 불경기는 아닌 듯하다. 1990년 즈음을 전후로 소비와 생산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음식조리 방식에 있어 직화구이 방식으로 돼지고기, 특히 지방이 많은 삼겹살 부위의 소비가 늘었고, 고기를 채소와 곁들여 먹기 시작했다.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서 양질의 식품을 탐색하고, 맛을 탐닉하는데 기꺼이 지불했다. 식품소비가 증가하면서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기 시작했다. 외식지출 비중은 급속히 증가했다. 이러한 소비변화에 대응해 생산에 있어서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식품연구개발이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식품소비 패턴과 가계소비 지출 구성이 변하고 있다. 식품구매 속성이 달라지고 있다. 건강과 환경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가계지출에서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었다. 외식 장소나 메뉴 선호도가 달라졌다. 국내외 여행자 수와 빈도도 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인생의 제 2막을 설계하고 서둘러 개막하고 있다. 레저 문화가 변하면서, 등산, 트레킹, 자전거 라이딩, 관광, 골프와 같은 활동이 이젠 보편적인 생활모습으로 우리에게 익숙해 졌다. 

이러한 변화를 살펴볼 때, 가계지출의 방향이 우리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 지출하던 대상이나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돈을 쓰고 있다. 기존의 소비 장소나 시간에서 이젠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존 방식으로 제공하는 사업자의 눈에는 판매가 줄고 수입이 늘어나지 않다 보니 우리나라 경제가 불경기라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절대 가계 지출액이 줄어들거나, 지출의사가 변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가계 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0%에 육박하고 있다. 1인 가구의 비중은 27%에 달하며, 1∼2인 가구의 비중은 전체 가구의 54%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눈에 띄는 현상은 식품 1회 구매량이 부쩍 적어졌다.

농산물·가공식품 소비실태 주목

소비생활도 이전 보다 현명해지고 더 경제적으로 바뀐 것 같다.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자는 소비자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소비자의 요구는 급속하게 변하고, 요구의 폭도 커지고 있다. 기존의 대응자세로는 성공적인 미래 사업을 영위하기 힘들 것이다. 최근 부동산 중개, 음식 배달, 숙박 예약, 쿠폰 적립과 같은 온-오프 라인 연계(O2O: Online to offline) 서비스 업체가 적자의 터널을 벗어나서 흑자로 전환하고 있다. O2O는 온-오프 라인을 연결해 소비자에게 각종 편익을 제공하는 하나의 서비스이다. 스마트 폰을 이용하여 음식점을 찾거나 음식을 주문하고, 전세나 월세 집을 구하거나 숙박업소를 찾아 예약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이 오프라인 대형마트 판매액을 뛰어 넘었다. 2015년 1월에서 10월까지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은 43조6046억원으로, 대형마트 판매액인 40조2734억원보다 많은 액수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성장률은 최근 수년간 두 자리 수를 기록했다.

2000년대 후반에는 거대 유통기업들의 경쟁적인 출점으로 중소상공인들의 위기가 커졌다.  2013년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규모 점포에 대한 출점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IC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터넷 기반의 유통환경이 조성됐다. 최근에는 기존 유통채널 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각 채널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자 온-오프 라인 채널의 유기적 결합방식인 옴니채널(Omni-channel)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유통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변화 속에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83%이다. UAE,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4위의 높은 보급률이다. 스마트 기기의 출현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물리적·시간적 경계는 허물어졌다. 상품 체험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고, 구매는 모바일을 통해서 이뤄지는, 이른바 쇼 루밍(Show-rooming) 족이 증가하고 있다. 

식품유통채널 변화 예측 필요

이러한 식품유통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을 통한 가공식품 구입 비중은 여전히 낮다. 가공식품 구매고객은 맛(경험), 신선도, 유통기한의 속성들을 중요하게 고려하기 때문에 대형마트, SSM,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싱글채널에서 멀티채널로, 그리고 옴니채널로의 유통환경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소비하는 고객들의 소비실태를 주의 깊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이용하는 유통채널에 대한 이해를 통해 미래의 식품유통채널 변화를 예측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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