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AI 위기경보 ‘경계’로 하향조정에 숨통 
비발생지역 방역상 이유로 중추 판매 꺼려 울상
인맥 없는 소규모농장은 구입 더 어려워 발동동 


산란계 사육 농가들이 재입식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지만 입식 시험에 사용하는 산란계 중추가 부족해 애로를 겪고 있다. 또 입식 시험에 통과하더라도 산란 병아리 공급 부족으로 정상적인 사육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이천에서 산란계 농장을 하는 김 모씨는 지난해 11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산란계 20만수를 살처분 매몰 처리한 이후 4개월 동안 하늘만 쳐다봤다.

조류인플루엔자 위기경보단계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이동제한으로 인해 재입식을 위한 어떠한 준비도 하지 못했다. 이후 AI가 안정세로 돌아서자 정부는 지난 4월 18일 AI 위기경보단계를 ‘경계’로 하향했고 이에 김 씨는 본격적으로 재입식 준비에 돌입할 수 있었다.

김 씨는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계사 내·외부를 청소 및 소독하고 시·군에 보고한 이후 검역본부장의 입식시험 승인을 받아 3주간의 입식시험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 씨는 입식시험에 사용할 산란 중추(6~12주령)를 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SOP상 비발생 지역에서 중추를 구매해야 하는데 비발생 지역에서 방역상의 이유로 중추 판매를 꺼렸기 때문이다. 구매량이 적을뿐더러 이동 간에 AI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 씨는 “많은 수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많아야 30~50수를 구매하기 때문에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방역상의 문제와 번거로움을 이유로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인맥이 있는 농장들은 비교적 쉽게 중추를 구하지만, 인맥이 없는 소규모 농장들은 중추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번 AI가 발생할 때마다 입식 시험에 사용할 중추를 구하기 여념이 없는데 지자체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거래를 중계해주는 것도 하나의 해결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측에서는 도내에 일부 농가들이 산란 중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대부분이 산란계 중추를 구해 입식 시험에 돌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 관계자는 “현재 도내 AI 발생 농가 대부분이 입식 시험에 사용하는 산란 중추를 구비한 상황이고, 빠른 시군의 경우 6월 초에 입식이 이뤄질 것”이라며 “산란계 농가들의 재입식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입식 시험에 통과하더라도 병아리 부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육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AI 발생으로 산란계 총 사육수수 약 7000만수 중 2300만여수를 살처분해 산란 병아리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산란 병아리 가격도 마리당 약 2300원으로 전년 동기 1300원에 비해 1000원가량 증가한 상태다.

이와 관련 김 씨는 “입식 시험을 검역본부로부터 최종 통과하기까지 약 2달이 걸리는데 병아리 공급까지 부족해 정상적인 사육을 하려면 7월은 돼야 할 것”이라며 “1년 중 절반가량을 사육을 하지 못했는데 병아리 가격까지 높다보니 경제적 피해가 너무 크다”라고 말했다.

산란 병아리 부족 현상은 지역별로 편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산란계 부화장이 경기지역 내 3곳과 경상지역 내 4곳 등 총 7곳이 있는데, 부화장 인근 지역은 병아리 공급이 다른 지역보다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AI로 피해가 가장 컸던 충청지역은 인근에 부화장이 없어 병아리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양계협회의 설명이다.

이상목 양계협회 부장은 “산란계 농가들이 밀집돼 있고, AI 피해가 가장 컸던 충청권의 경우 인근에 부화장이 없는 관계로 대·소농 모두가 병아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병아리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농가들의 사육도 지연되기 때문에 검역본부나 지자체에서 해당 농가에 대해 행정업무 처리를 신속하게 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