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장관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가 최근 1차 회의를 열고 내년도 추곡수매가 결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추곡수매가와 수매량 등에 대한 대정부 건의안을 제출할 양곡유통위원회에 쌀 생산농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전례를 깨고 4∼5% 인하 건의안을 내 쌀값 폭락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거세게 받았던 양곡유통위가 올해는 어떠한 결정을 내릴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물론 대북 지원으로 창고문제는 다소 해결했지만 쌀 소비가 계속 줄고 있어 매년 400만석의 쌀이 남아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특히 2004년 쌀 재협상 등을 감안해 향후 쌀 산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쌀 생산농민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소득보전 대책이 미약한 상황에서 단순히 대내외적인 여건만을 고려, 가격인하 정책을 추진한다면 지난해와 같은 농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현재 본격적인 쌀 수확기를 앞두고 각 지역에선 쌀값 보장을 위한 농민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한농연, 전농 등 농민단체들이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양곡유통위가 농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면 우선 비민주적인 운영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과거 양곡유통위의 운영을 보면 농민대표의 의견을 철저히 묵살하고 단독으로 표결하는 경향이 대부분이었다. 양곡유통위의 구성원 다수가 경제학자, 유통업자 및 소비자단체 등으로 이뤄져 농민단체들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농연이 올해 농림부의 양곡유통위원 추천에 생산자대표 구성비율을 50% 이상으로 올려 재구성하지 않을 경우 참가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양곡유통위 위원들 상당수가 교체됐지만, 각계 대표의 수는 지난해와 똑같이 구성돼 ‘그 밥에 그 나물’ 이 될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다행히 올해 양곡유통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성진근 충북대 교수가 이번 위원회는 정부로부터 어떤 주문도 받지 않을 것이며, 지난해처럼 표결로 결정하지 않고 다른 의견이 나올 경우 끝까지 토론해 반드시 합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운영방향이 제대로 실천돼 농민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추곡수매값 및 수매량이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아울러 쌀 소득보전직불제, 생산조정제 도입 등 쌀 산업에 대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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