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말 전남 화순의 한 파프리카 재배 온실에서 작업자가 수확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수출 단가와 국내 가격 하락으로 파프리카 농가에게는 힘든 한 해가 예고되고 있다.

수출물량 꾸준히 늘지만
‘수출효자’ 명성 예전만 못해
수출액 상승폭 크지 않고
엔저로 단가 낮아져

고소득 작목인식 확산돼
작몰쏠림에 연중 출하과잉
일부 지역 연중생산 포기도


“국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가격까지 하락해 있어 파프리카 농가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파프리카 농가들이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지난달 말 찾은 전남 화순의 한 시설온실에는 파프리카 수확에 여념이 없었다. 농장의 작업자들은 출하를 앞 둔 파프리카를 수확하는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에 반해 농장주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농장주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는 국내 농산물 수출 품목 가운데 단연 효자 품목인 파프리카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식품 수출지원정보에 따르면 파프리카 일본 수출 물량은 2013년 2만2017톤, 2014년 2만3117톤, 2015년 2만9316톤, 2016년 3만110톤 등 꾸준히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수출액은 금액 대비 상승폭이 크지 않다. 일본의 엔저 현상 이후 수출 단가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수출물량을 수출금액으로 나눠 단순 평균을 냈을 경우 2013년 kg당 일본 수출 단가는 3.94달러였지만 2014년 3.44달러, 2015년 2.89달러까지 떨어졌다. 2016년은 소폭 반등해 3.1달러로 간신히 3달러대에 진입했다.

해당 지역 영농조합의 한 관계자는 “영농조합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20%를 수출하는데 엔저 이후 수출 단가가 지속 떨어지고 있다”며 “수출 대체 품목을 찾고 있는데 이 마저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수출 가격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내 가격의 하락 역시 파프리카 생산 농가들의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올해 4월 파프리카 도매가격은 5kg 상품 기준으로 2만1070원이다. 2014년 2만7418원, 2015년 2만5200원, 2016년 2만5130원 등 현재 국내 가격 역시 좋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연중 생산체계를 포기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수출 단가가 낮으면 그나마 국내 단가가 이를 뒷받침해 줘야 하지만 국내 단가 역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중 생산체계로는 각종 부대비용 상승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더욱 심화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작목의 쏠림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파프리카가 고소득 작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 보니 과거에는 동절기와 하절기 작기와 구분돼 물량이 출하됐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구분이 사라진 상태다. 이에 따라 시장의 출하물량도 연중 과잉 상태가 되고 있다는 것.

농장주 이모 씨는 “지자체별로 소득이 높은 품목을 조사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데 파프리카가 빠지지 않는다. 지역별 특색에 맞는 작목이 선택해야 함에도 무조건 고소득 작목만을 선택하다 보니 재배면적이 늘고 있다”며 “사실상 국내 생산이 포화돼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출 단가와 국내 단가 모두 하락하는 상황에서 사실 답답하다.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것도 한 방법인데 이를 생산자가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농가의 시설 수준이나 재배기술은 이미 선진국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볼 때 정부에서 수출선 다변화를 위해 더 노력해 주길 기대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강섭 한국파프리카 생산자자조회 사무국장은 “재배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실 동절기, 하절기의 구분이 없어졌다. 이렇다 보니 출하 물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출 단가 역시 국내 가격이 반영되다 보니 당연히 하락하는 것”이라며 “올해 파프리카 농가들이 가장 힘든 한 해를 겪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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