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외국인 소비자 취향저격 전통식품

▲인건푸드의 청국장쌀과자, 오희숙 명인의 전통부각, 담양한과 명진식품의 하루영양바, 세준하늘청의 맑은식혜

일반적으로 전통식품은 특유의 개성과 한국적 색채가 강한 탓에 다른 품목보다 수출저변을 확대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일부 지적들이 있어 왔다. 하지만 전통식품의 개성은 유지하면서도, 외국인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시도로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사례도 꾸준히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소비자 입맛을 잡는데 성공한 우리 전통식품의 ‘변신’ 사례를 발굴해 소개한다. 

해외에서 낯선 미숫가루
이름 '스무디'로 바꿔 접근
해조류 전통간식 부각도
건강스낵 재탄생 수출길로
명절 고급선물 인기 한과
영양바 만들어 중국 공략



#초콜릿을 입힌 청국장,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 잡다

대표적인 발효식품이자 가장 한국적인 식품 중 하나인 청국장. 다양한 효능으로 주목받는 건강식품이지만 특유의 향 때문에 외국인이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청국장 전문 생산·유통기업인 인건푸드는 청국장에 초콜릿과 여러 곡물을 혼합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청국장 간식으로 재탄생시켰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은 것이다.

대표제품 ‘깊은실 초코볼’은 유기농 청국장볼에 초콜릿을 입힌 제품으로 아이와 외국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건강간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유기농 청국장과 우리 쌀로 만든 ‘청국장 쌀과자’는 인공첨가물과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제품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간식이다. 이 외에 유기농 생청국장 분말에 현미·쌀보리 등 혼합 17곡과 혼합발아 7곡, 유산균이 포함된 ‘깊은실 효소’, 유기농 청국장에 보리·콩·옥수수 등이 함유돼 식사대용으로도 좋은 ‘청국장 보리 미숫가루’도 해외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제품은 중국과 베트남, 중동(이라크)시장으로 수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기성 인건푸드 대표는 “깊은실 초코볼은 초콜릿을 좋아하는 딸에게 좀 더 건강하게 초콜릿을 먹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개발한 제품”이라며 “앞으로 외국인도 몸에 좋은 청국장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알기 쉬운 이름 바꿔 미국 코스트코에 팔리는 미숫가루

▲서원농협의 그레인스무디

서원농협의 미숫가루는 해외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네이밍 마케팅으로 수출에 성공한 좋은 사례다. 사실 미숫가루는 해외에서 이름도 생소하고 인지도도 낮아 수출하기 어려운 품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서원농협은 미숫가루의 영문 표현인 곡물가루(Powder made of mixed grain)를 쓰지 않고 해외소비자가 자주 먹는 스무디(Smoothie; 과일 또는 과일주스에 우유나 아이스크림을 넣어 만든 음료)에 착안해, ‘그레인스무디(Grain Smoothie; 곡물스무디)’로 이름을 바꿔 해외 소비자에게 친근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로 접근했다.

홍석환 서원농협 영업팀장은 “수출상담회나 박람회에서 미숫가루 시음행사를 진행하면, 참관객들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면서도 “해외에서 미숫가루에 대한 상품 카테고리가 따로 없어 마케팅에 애로가 많아 실제 수출은 잘 이뤄지지 못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해외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곡물스무디로 표기를 바꾸고 홍보하니, 이전처럼 시음 유도나 설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해외 소비자와 바이어들이 먼저 다가와 우리 미숫가루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처럼 네이밍 마케팅 덕분에 서원농협의 미숫가루는 미국의 유명 대형마켓 코스트코와 샘즈클럽, 최대 온라인마켓 아마존에서 판매되며 꾸준히 인지도를 쌓고 있다.


#천연재료로 만든 전통부각, 해외서 건강스낵 유명세

잘 손질된 산채류나 해조류에 찹쌀 풀을 발라 말린 다음, 기름에 튀겨낸 추억의 전통간식 부각. 이러한 부각을 ㈜하늘바이오는 요즘의 식품 트렌드와 해외소비자 입맛에 맞게 신개념 건강스낵으로 재탄생시켜, 미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시장을 활발히 개척하고 있다. 오희숙 전통부각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제25호)의 손길로 만든 전통부각은 해외에서 ‘Natural Chips(천연스낵)’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과 당근, 고추, 연근 등 천연재료를 주재료로 하면서, 인공첨가물과 방부제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 포화지방은 평균 2~5% 미만이고, 열량은 제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30g 기준 50~90㎉에 불과하다. 이러한 장점들 덕에 해외에서 하늘바이오의 전통부각은 아이들 영양간식 외에도 채식주의자도 즐길 수 있는 비건스낵(Vegan Snack), 주류와 곁들일 수 있는 웰빙 술안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윤효미 하늘바이오 대표는 “특히 감자칩 등 정크푸드에 길들여진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은데, 우리 부각이 몸에 좋은 해조류와 산채류에 100% 찹쌀을 입힌 글루텐프리 제품이라는 점이 주효한 것 같다”며 “있는 그대로의 실물 모양이 제품에 그대로 유지돼 원재료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고, 재료 본연의 맛도 느낄 수 있어 해외에서 꾸준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과에 견과류 넣어 휴대용 간식으로 탈바꿈

한과는 주로 명절용 고급선물로 취급되고 있는데,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33호 박순애 명인이 운영하는 ㈜담양한과 명진식품은 한과에 견과류를 첨가하고, 간편하게 먹기 좋은 ‘한과영양바’로 탈바꿈해 중국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건강하면서도 휴대하기 좋은 한과 제품으로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연간 2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 체결 이후 현지에 지속적으로 공급 중이다.

박수현 담양한과 명진식품 과장은 “중국에 수출되고 있는 한과영양바는 한과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견과류를 넣고, 아이들과 젊은 층이 즐겨 먹는 초콜릿 바 형태로 만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과라는 우리 전통적인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최근 중국에서 활발히 소비되고 있는 영양바의 개념을 더해 현지에서 이색 영양바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제품 이름을 중국인에게 낯선 한과로 명칭하기 보다는, 하루영양바로 지어 현지 소비자들의 이해를 도운 점이 수출 확대의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밥알 없애니 해외서 웰빙음료로 인기 얻은 식혜

쌀과 엿기름을 발효시킨 달콤한 맛의 전통음료, 식혜. 우리가 마시는 식혜는 밥알이 가라앉아 색깔이 다소 탁하다. 우리는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해외에서는 밥알이 뜨고 탁한 색깔의 식혜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준하늘청은 경기도농업기술원과 함께 이러한 식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서, ‘유기농 밥알 없이 맑은 식혜(이하 맑은 식혜)’라는 새로운 개념의 식혜음료를 내놓아 해외시장까지 개척했다.

세준하늘청의 맑은 식혜는 밥알이 없으면서 색깔도 기존 식혜보다 투명해 처음 식혜를 접하는 외국인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열량은 125㎖당 65㎉에 불과하며, 멸균 테트라팩 포장으로 상온에서도 18개월 동안 보관해도 품질에 아무 문제가 없다.

문완기 ㈜세준하늘청 대표이사는 “인공감미료·액상과당으로 단맛을 내는 다른 음료와 달리 우리 식혜는 엿기름으로 천연 단맛을 내 충분한 차별화가 된다”며 “달콤한 맛과 건강한 이미지, 외국인 취향에 맞춰 밥알까지 없애고, 포장디자인까지 고려한 덕분에 중국과 미국,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각지에서 우리 맑은 식혜에 대한 수입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우·박성은·김효진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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