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여명의 화훼 생산 농민을 이끌고 있는 안채호 대동농협 화훼작목회장이 25일 김해시 대동 화훼단지에서 5월 대목에 출하될 절화류를 살펴보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이른 대선 변수
성수기 절화시장 위축
청탁금지법 개정 논의 주춤
시세 평년가격 한참 못미쳐

성수기만 출하 집중 탈피
품목·품종 다양화 시급
화훼산업 발전대책 수립을


“장미대선이라는데 절화농가들에겐 한파대선입니다.”

국내 최대 절화 산지 중 한곳으로 꼽히는 경남 김해시 대동면 일대 화훼단지. 최대 화훼 성수기인 5월을 불과 6일 남긴 지난 4월 25일 찾은 이 대동면 일대의 화훼단지에선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강하게 흘러나왔다.

이곳에서 만난 안채호 대동농협 화훼작목회장은 “아무도 예상 못했던 대선이란 변수가 화훼 성수기와 겹쳐 생겼고, 이 대선으로 인해 성수기를 맞은 절화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행사가 열리지 않으니 절화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반면 지난여름 폭염과 가을 태풍, 비 등으로 작황이 좋지 못해 겨울에 나오지 못했던 물량이 봄철부터 크게 늘어나면서 시세가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으로 인해 절화농가가 겪고 있는 하나의 어려움이 수요 감소에 있다면 또 다른 어려움은 개선되지 않은 제도에 있었다.

안채호 회장은 “올 초만 해도 청탁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다. 특히 화훼농가들의 피해가 커 화훼산업에 위축되지 않는 쪽으로 청탁금지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고 국회에서도 상당한 논의가 있었는데 결국 대선정국으로 바뀌면서 물거품이 돼 청탁금지법이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 채 5월 화훼대목을 맞게 됐다”며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학교에서 꽃을 받지 않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학교에서 생화를 선생님에게 주는 것을 청탁금지법에서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스승의 날 대목이 크게 위축됐다”며 “이에 어버이날을 앞두고 홍수 출하될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런 여파인지 시세가 크게 꺾이고 있다. 절화가 평년의 3분의 2에서 절반 수준의 시세를 오가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세가 나오지 않자 일부 농가에선 저장으로 물량을 돌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저장 물량도 아무리 늦어도 5월 초에는 나와야 되고 5월 초에 나올 경우 보통 이 시점부터 물량이 풀리는 수입산과 맞물릴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더 큰 시세 하락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동 화훼단지의 김영출 절화농민은 “수입산이 국내산보다 늦게 시장에 풀리는데 저가의 수입산이 늘어나면 예상보다 더 심각한 시세 하락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새 작기에는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절화농가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현실 속에 화훼산업의 위기를 떨쳐낼 수 있는 대책 마련과 청탁금지법 개정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채호 회장은 “불과 10여 년 전인 2005년만 해도 대동농협 화훼작목회 소속 농가가 600여명이었는데 지금은 200명 남짓에 불과하다”며  “이대로 흘러가면 200명도 무너질 것 같다. 이 농가들이 작목을 전환할 수 있는 품목도 한정돼 있어 타작목에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화훼산업도 성수기에만 출하가 집중되는 패턴에서 벗어나야 하고 이를 위해선 여러 수요에 맞는 품목, 품종 다양화와 더불어 소비 촉진 행사가 전개돼야 한다”며 “특히 새 정부에선 화훼산업의 발전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고, 화훼산업을 위축시키는 청탁금지법도 반드시 개정되고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 부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주2회에서 1회로 줄었던 난 경매를 최근 다시 2회로 확대했다”며 “이제 화훼산업은 한편으로는 선물로 꽃을 줘도 된다는 것을 알리고 1T1F(1table 1flower·테이블 위에 꽃을) 등 일상에서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소비책도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난 경매 확대 취지처럼 계속해서 어렵다고 위축되는 것보다 좀 더 공격적이고 활발한 사업이 화훼산업에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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