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

 ‘장미대선’ 유세가 한창이다. 곧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다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할 지도자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각 정당들이 농정 공약을 발표하였다.

발표를 하기는 했는데 어쩐지 조산한 아이를 보는 것 같다. 예산마련 방안도 명확히 알기 어렵다. 아마 선거가 갑자기 앞당겨져서 충분히 숙성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해서 그랬을 것으로 짐작된다.

각 정당의 공약을 보면 다음 정부와 국회가 어떤 농업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이끌어 갈지 대략 예측할 수 있다. 각 정당의 농정 공약에서의 공통점은 ‘환경’에 대해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이 상충관계라는 점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요즘 경제가 워낙 침체해 있다 보니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길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일반 환경 공약에서도 미세먼지 해결이 부각되어 있다. 반면에 파리협정 이후 신기후체제를 가져 온 기후변화 대응, 생물 다양성, 4대강 수질 등 장기적·거시적 문제에는 관심도가 낮다. 기후변화 문제는 식량문제와 직결된 인류적·지구적 과제이다. 중국 탓만 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화석물질과 화석에너지 문명의 최종 부산물이다. 친환경 자동차 육성과 같은 발상 전환이 필요한 주제이다.

농업 공약을 봐도 위와 큰 차이가 없다. 일국의 대통령이 될 사람과 차기 야당의 지도자들의 농정철학이 공약에 담겨야 한다. 그래야 실현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번 각 당의 농정 공약에서도 전통적인 화두인 식량, 소득, 복지 등 산업경제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농업에 도입하거나, 스마트 팜(smart farm) 활용 정도가 새로운 이슈가 아닌가 한다. 이마저도 결국은 시설중심 농정의 일환일 테니 과거 유리온실 정책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를 것인가?

농업에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는 말은 무엇인가? 바로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정 공약 중 친환경농업 연관부문에 대한 것을 간추려 살펴보았다. 친환경농업 연관분야에 대한 공약이 몇 가지 있었지만 지엽적이었다. 각 당이 내놓은 친환경농업 연관 공약을 소개하고 좀 더 보완해야할 내용을 제시해 보고자한다.
 
정당들 내놓은 대선 농정공약  

첫째, 쌀 과잉에 대한 생산조정제를 각 당이 공약하고 있다. 매년 쌀이 20만 톤 이상 과잉생산(과소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타 작물 전환을 지원하여 쌀 직불금 절감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쌀에 대한 수급조절을 한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단기적·미시적 대응을 강제로 시행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역부족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쌀 생산을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것이다. 쌀 직불금을 줄이는 대신 친환경농업직불제나 다원적 직불제로 전환하여 보완하면 된다. 또한 쌀 생산 대신 순번제 휴경, 녹비작물 재배나 유기축산용 조사료 재배를 통해 순환농업으로 유도하여 생산량을 줄이는 것도 대안이다. 그렇게 되면 농지가 보존되고, 쌀의 품질이 개선되어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 소비가 증가할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친환경 쌀은 학교와 군부대 등 공공급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하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급식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그나마 과잉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기반을 와해시키는 ‘농업진흥지역을 산업용지로 전용’시키겠다는 발상이 공약에서 없어진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나같이 환경문제 관심 부족

둘째, AI, 구제역 등 대책으로 방역을 잘하겠다는 공약이 많다. 당연하다. 그러나 이 역시 근원적인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축질병의 문제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가? 주류 축산구조인 대규모 밀집형·공장형 축산의 폐해 아닌가? 고기를 값싸게 배불리 먹고 싶은 우리들의 욕망충족의 부산물이 아닌가? 그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냥 고기는 잘 숙성되고 보기 좋게 포장된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가축질병의 근원은 바로 그러한 구조 속에 내재해 있는데 방역을 잘 한다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방역비와 살처분비는 누적될 것이고, 가축질병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인 대안으로 소규모 유기축산 농가를 육성하겠다고 공약한 정당도 있었다. 공감한다. 현재 전국에는 100여 농가 정도가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 크게 이득이 없는데도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약 8,000여 농가가 무항생제 축산을 하고 있는데, 이들을 유기축산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유기축산은 농업환경 보전, 동물복지, 안전한 축산물 공급, 온실가스 감축 등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유기축산 부산물인 축분뇨의 유기퇴비화로 경축순환농업의 촉진, 바이오가스화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자원순환에도 기여하게 된다.

중장기적 친환경 기조 강화를 

셋째, 생산면적에 기반 하지 않은 공익 직불제의 도입에 대한 공약이 많다. 즉, ‘농업에 종사하면서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농가에 대한 소득정책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앞으로 농업에 대한 기본소득 도입으로 연결되는 길이기도 하다. 각종 대규모 시설과 농기계 등 하드웨어에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 각종 기금, 현물 중심의 농자재 지급정책 예산 중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예산을 통폐합 조정하여 직불금으로 지급함으로써 농업인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맹목적으로 농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농업이외에도 보호해야 할 분야기 많기 때문이다. 농업 직불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민들이 공감해야 하고 예산 당국이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 환경과 생명보호, 안전한 농식품 공급에 대한 공감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프리미엄가격을 수용하고 직불제를 지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농업의 다원적 가치에 대한 검증과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

농촌마을 생태환경 직불제 시행과 같은 좋은 공약도 있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업 기반, 신재생에너지 사용, 농장 주변 생물다양성 보전관리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생태마을에서는 생태체험프로그램과 연계하여 공동체 협동농업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농업인 후계자 육성에 대한 공약도 많다.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정책이 아무리 훌륭하고, 예산이 확보되어도 그 사업을 주도할 수행주체가 있어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 인구 중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어섰다고 한다. 전체 고령인구 비율은 13.2%인 점을 고려하면 농촌은 오래 전에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이는 소비 둔화, 노인을 간접 부양하는 도시 자녀의 경제적 부담으로 연결되어 경제에 부담이 된다. 농촌인구의 초고령화로 인해 수행주체가 혁신적이지 않으면 어떻게 좋은 사업들이 효율적으로 수행되겠는가? 결국은 비농업인 사업자들이 수혜자가 될 게 뻔하다. 따라서 ‘혁신자 농업인 후계자’의 육성이 시급하다. 청년농업인 직불제 공약을 제시한 정당도 더러 있었다. 혁신자 영농후계자를 육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중장기적으로 농업에서 ‘친환경’ 기조를 강화하고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누구든 집권당이 되면 다른 정당이 제시한 좋은 친환경적 공약에 대해서 재평가 해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해서 공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민들도 농업환경을 지키고 수입되는 저가 농산물, 유기농축산식품에 대한 대응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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