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나라장터 입점 1년, 성과와 과제

▲ 정부 공공기관이 이용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전통주가 지난해 입점돼 기대를 모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온라인 판매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 행사장. 전통주 홍보관을 찾은 유일호 경제부총리(가운데)와 정양호 조달청장(왼쪽 첫 번째)이 김홍우 전통주진흥협회장(오른쪽)의 얘기를 듣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조달 전시회인 ‘2017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KOPPEX 2017)’가 지난 19일부터 3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됐다. 조달청 등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입점한 조달업체들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나라장터 입점 1년여를 맞은 전통주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홍보관을 마련했지만, 규모나 운영 측면에서 지난해에 비해 초라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년간 나라장터에서 팔린 전통주 매출이 1000만원에 불과해 크게 부진한 ‘성적표’도 확인됐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공간을 확대하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나라장터 엑스포 행사 현장과 더불어 온라인 판매 확대에 대한 관련 업계의 의견들을 점검해 봤다.


홍보 미흡…대부분 전통주 입점 사실 잘 몰라
홍보관도 특색없이 겨우 제품 나열 그쳐 ‘썰렁’ 

#어라, 전통주도 있네?


“나라장터 쇼핑몰에 전통주도 파네?” 행사 첫날인 19일 오전, 전시장에 마련된 전통주 홍보관(한국전통주진흥협회관)을 지나는 관람객들이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보였던 반응이었다. ‘신기함’과 ‘놀라움’, ‘낯섦’이 섞여 있는 이들의 시선은 전통주가 지난해 초 나라장터 쇼핑몰에 입점한 사실을 몰랐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여기에 웬 전통주야?”라고 물어봐도 결코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전통주진흥협회 관계자 역시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해외 공관이나 지역 공공기관들도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전통주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하면 놀라 한다”며 “5만여 공공기관이 이용하는 쇼핑몰인데도 홍보가 너무 미흡해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맞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나라장터 엑스포 행사에 전통주 홍보관이 마련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초 조달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나라장터 쇼핑몰의 전통주 입점 추진을 대대적으로 밝혔고, 이 일환에서 나라장터 엑스포에 전통주 홍보관 설치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지난해엔 농식품부가 나라장터 엑스포 참가비 등을 일부 지원했지만, 올해는 이런 지원이 없어졌다. 조달청이 4개 부스 면적의 공간을 제공했지만, 전통주 홍보관은 몇 개 테이블을 붙여 전통주 제품을 덩그러니 진열해 놓은 수준에 불과했다.

정양호 조달청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나라장터 엑스포의 특징 중 하나로 ‘전통주 홍보관’과 ‘전통식품관’을 마련했다는 점을 들었지만, ‘전통주 홍보관’에서 정부가 공을 들여 차별화를 꾀한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 심지어 ‘전통식품관’은 행사장에 마련되지도 않았다.

전통주진흥협회 관계자는 “조달청이 전통주 홍보관 자리를 마련해 줬지만, 눈에 들어오는 조형물 설치가 이뤄지지 않아 다른 부스와 차별화되지 못하고 휑한 느낌이 됐다”며 “정부 지원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자체 역량이 떨어지는 전통주 업체들의 참여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주 홍보관 앞에서 이뤄진 정부 관계자들의 ‘포토타임’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똑같이 연출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양호 청장 등은 오후 2시부터 열린 개막식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둘러봤고, 전통주 홍보관 앞에서 전통주가 담긴 시음잔을 들어 보였으며,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구매력 높은 정부 공공기관 5만여 곳 이용 불구
단순 수치만 보면 5만원 제품 200여병 팔린 셈

#입점 1년, 초라한 성적표


지난해 전통주의 나라장터 쇼핑몰 입점 이후 1년 동안 전통주의 매출 실적은 1000만원 수준에 그쳐 판매 부진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농어민신문이 24일 조달청에 확인한 결과 지난해 전통주의 매출 실적은 약 855만원이며, 올해 1분기(3월 말 기준) 매출은 280만원 정도로 파악됐다. 나라장터에서 전통주의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지난해 3월 이후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1135만원 정도의 전통주가 판매된 것이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5만원 제품이 200병 조금 넘게 팔린 셈이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은 ‘G2B’ 거래 형태로, 구매 대상이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구매력이 높은 정부 공공기관인 데다 그 숫자도 국내외를 합해 5만여 곳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성적표’는 정부와 관련 업계의 애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중소 규모의 전통주 제조장이 자체 운영하는 쇼핑몰 매출액을 보면 더욱 쉽게 비교된다. 전통주진흥협회가 2016년 1월부터 10월까지 파악한 ‘제조장 자체 운영 쇼핑몰 매출액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순위별로 7개 업체가 10개월 동안 1000만원 이상의 판매 실적을 나타냈다. 유명 제조장의 경우 1억원을 넘긴 곳도 몇몇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나라장터의 전통주 입점을 통해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론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처 중 유일하게 ‘G2B’라는 특성으로 기대를 모았던 나라장터의 판매 부진 흐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주의 통신(온라인) 판매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업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온라인 판매 확대와 입점 성과 등을 위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 온라인 판매에 대한 운영 및 사후관리는 소홀해 왔기 때문에 나라장터 쇼핑몰의 초라한 판매 실적은 예견된 결과”라며 “전통주 업체들의 판로 확대 차원에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 준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통주 온라인 판매 대부분 부진, 갈수록 악화
담당자들 “홍보부족” 소비자 인식 저조도 한몫

#다른 온라인 채널들도 부진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는 다른 온라인 채널의 판매 부진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매출 부진이 더욱 악화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통주의 통신 판매가 허용된 온라인 공간은 현재 9곳이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포함해 우체국·농협·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공영홈쇼핑·무역협회 쇼핑몰(k-mall24)·전통주 관련 협회·지자체·제조장 자체 쇼핑몰 등이다.

이 가운데 A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쇼핑몰의 경우 2015년 전통주 매출은 2000만원 수준이었지만, 2016년의 경우 500만원으로 1년 사이 75%가량 급감했다. B 업체는 전통주의 판매액이 월 3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실적 흐름은 정체되거나 내리막길을 걷는 추세다.

이 같은 판매 부진 흐름에 대해 온라인 판매 채널 담당자들이 공통으로 꼽는 원인은 ‘홍보 부족’이다.

B 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일반 소비자들이 전통주를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홈페이지 자체도 인지도가 떨어져 홍보가 필요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C 기관의 관계자도 “온라인 판매를 맡고 있는 곳이 대부분 정부 기관이나 협회 등 공익성을 담보하고 있는 성격이 크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홍보 등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원인으론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미흡하다는 측면이 꼽힌다. 이 부분은 전통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와 더불어 제조업체들의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으로 보인다.

A 기관 관계자는 “전통주 자체가 술이고, 인기 품목이 아니다 보니 온라인 판매 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며 “주류 기업들의 광고가 넘쳐나고 수제맥주, 수입 주류 등의 인기가 폭발적인 상황에서 전통주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저도주·소포장·혼술 등 주류 소비 트렌드를 고려해 제조업체들의 대응 역량을 키우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일반 온라인 쇼핑몰까지 판매확대 귀추
영세업체에 기회…쇼핑몰-제조업체 협력 관건

#일반쇼핑몰까지 판매 확대되면


관련 업계에선 사후관리와 홍보 부재 및 전통주에 대한 인식 미흡 등에 따른 관련 정책의 부재 속에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실시하는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채널을 일반쇼핑몰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에 대해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세청과 농식품부 등은 관련 고시 개정 작업을 앞두고 있다.

전통주 산업의 진흥 업무를 맡고 있는 농식품부 관계자는 24일 “기존 채널에서 전통주 온라인 판매 매출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고 있다. 채널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고, 소비자들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이런 것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쇼핑몰로 전통주 판매를 확대하면 매출 신장 등 전통주 산업 전반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 온라인 홍보와 콘텐츠 제작 부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주 업계에선 기대 섞인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 판매 공간이 확대되는 부분만 놓고 본다면, 실보단 득이 앞설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명 제조장의 경우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 영세 업체들의 경우엔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하고 싶어도 역량 자체가 미흡한 곳이 많다”며 “이런 업체들의 판로 확보 차원에선 아무래도 득이 더욱 앞서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통주 매출 향상이 단기적인 성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온라인몰 입점 방식이 대부분 가격 경쟁 위주의 ‘박리다매’ 형태가 많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나 문제점 등도 생길 여지가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픈마켓들의 경우 직접 소싱을 안 하고, 기존 업체들과 소비자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만 하고 중간에 수수료만 가져가는 방식이다. 정부의 발표 이후 3월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는 차원에서 한동안 문의가 왔었는데, 지금은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며 “전통주의 경우 가격 경쟁 측면으로 접근한다면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우 싸게 팔고 더 많이 팔아야 되는데, 제조 여건상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반적인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로 가기 위해선 일반쇼핑몰과 전통주 제조업체들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한쪽만 이익이 커지는 구조로 간다면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어려움이 예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주 관련 단체의 관계자는 “기존의 온라인 판매 채널처럼 ‘정부가 만들어놨으니 민간에서 알아서 운영하라’는 식의 태도는 이제는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며 “기존 온라인 판매 부진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업계와 정부가 함께 관심을 가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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