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현재 가락시장 청과물표준지수 71.63p
평년기준 시세 100p 기준으로 70~80% 그쳐

대선 정국에 소비 침체와 생산량 증가가 맞물리며 농산물값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지난달 31일 94.26p으로 마무리된 청과물 표준지수는 이달 들어 7일 87.91p, 14일 80.71p, 21일 71.63p 등 약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평년 기준 시세가 100p이기에 평년의 70~80%선밖에 되지 않는 약세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24일 확인한 농산물유통정보(www.kamis.or.kr)를 봐도 26개 채소 품목 중 평년 시세를 웃도는 품목은 4개에 불과했고, 국산 과일은 평년 시세를 웃돈 품목이 하나도 없었다. 더욱이 이 평년 시세도 2014년 세월호 사고,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 등으로 어느 때보다 농산물 시세가 좋지 못했던 두 해를 포함한 평년 시세여서 농산물값 한파를 느끼는 산지와 시장에서의 체감도는 훨씬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기온 상승과 풍부한 일조량 등으로 산지에서 생산량은 늘어난 반면 대선 정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중국 관계 악화 등 어수선한 국내외 상황으로 인한 소비력 감소에 청탁금지법 시행 여파 등 여러 요인이 겹친 게 시세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일단 기온이 크게 오르는 5월에 들어서면 생산량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산지와 도매시장에선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농산물 소비의 주 무대가 돼야 할 소비지 시장에서도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 결과 평년 100 기준 90으로 조사됐고, 이 중 농산물 소비의 주요 축인 대형마트(82), 나들가게(83)의 지수가 유독 낮았다. 유통업체 절반인 49.5%는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 부진’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우울한 현실임에도 일부에선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농산물값이 높다’는 식의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소식이 나오고 있어 농가와 유통업체의 답답함은 커져가고 있다. 이들은 농산물값 한파가 지속되는 반면 여론은 잘못 조장되고 있는 상황 속에 정부 차원의 특단의 수급·소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산지 관계자는 “대선 후보 공약을 봐도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물가안정이 주를 이루고, 쌀을 제외하곤 농산물값에 대한 해법을 고민하는 흔적이 없다”며 “현 정부에서도 새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이어서 그런지 농산물값 하락에 대한 수급 및 소비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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