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추풍낙엽

계절상 봄바람이 불어오는데 농산물 산지와 시장엔 가을바람이 불고 있다. 과일·채소 가격이 가을바람에 낙엽 떨어지듯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생산량은 늘어나는데 소비력은 줄어드니 떨어지는 농산물값을 막을 방안이 없다. 유통경기 전망치가 빨간불을 나타내는 등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선을 앞두고 농산물값 상승 보도가 나오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다.

채소 26개 품목 중 평년시세 웃도는 품목은 4개뿐
일부 언론은 농산물값 상승세 왜곡보도 ‘현장 분통’
5월 들어서면 물량 더 늘어나 소비 회복 서둘러야


▲추풍낙엽 농산물값=평년 기준 시세를 100p로 놓은 가락시장 표준지수를 보면 지난달 31일 94.26으로 마무리된 청과물 표준지수는 4월 들어 첫 경매일이었던 1일 92.47p까지 떨어졌다. 이후 일주일마다의 표준지수 동향을 보면 7일 87.91p, 14일 80.71p, 21일 71.63p 등 4월 들어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확인한 농산물유통정보(www.kamis.or.kr)에서도 아직 본격적인 물량이 나오지 않은 수박을 제외한 채소 26개 품목 중 평년 시세를 웃도는 품목은 4개 품목에 불과하다. 과일류도 국내산의 경우 가격 동향이 나온 품목은 사과와 배, 참다래 등 3개 품목인데 이들 품목 모두 평년 이하의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평년 기준 시세도 그 이전보다 낮은 품목이 많아 농산물 시세는 현재 보이는 수치보다 체감 수치가 더 나쁠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2014년 국민적 아픔을 불러온 세월호 사고,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 등으로 농산물 시세가 좋지 못했고, 현재 그 당시 시세가 평년 시세에 포함돼 있는 상황인 것이다.

농산물값의 하락 요인엔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평년 이상의 기온과 일조량 등으로 농산물 출하량이 늘어난 반면 대선 정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악화된 중국관계, 청탁금지법 시행 등 소비력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산지와 시장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치솟는 농·축·수산물값(4월 21일자)’, ‘밥상물가 비상…계란, 채솟값↑(4월 19일자)’ 등 대선이 다가오면서 농산물값 왜곡 보도가 연일 전해지고 있어 농가와 유통업체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전망도 어두워=앞으로의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 및 6대 광역시 1000여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2017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90으로 집계됐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유통업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곳이 많다는 의미고 100미만이면 이와 반대다. 특히 농산물 소비의 주요 축인 대형마트(82), 나들가게(슈퍼마켓, 88)의 지수가 크게 낮았다. 또한 2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으로 유통업체 절반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부진(49.5%)’을 꼽아 소비지 시장에서 느끼는 소비심리 위축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 심리는 위축되고 있는데 5월 들어 농산물 출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농산물 시세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수급 대책, 소비 심리 회복 대책 등 특단의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상국 가락시장 한국청과 영업이사는 “소비가 너무 안 되는 반면 물량은 전체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어 시세가 좋지 못한데 5월 들어서면 물량은 크게 늘어나는 시기라 앞으로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대로 가면 산지와 시장 모두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서덕호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업계는 소비를 유인할 수 있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대응하고, 정부는 사드 영향 최소화와 더불어 소비 심리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 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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