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1일 경북 안동시청 대회의실에서 ‘농식품 수출 확대 방안’을 주제로 2017년 첫 현장토론회를 열었다. 정부 관계자와 농가, 수출업체 등이 한데 자리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수출 활성화를 모색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현실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안동을 대표하는 신선농산물 사과의 수출 확대를 위해선 품종 개량 및 재배 시스템의 전환, 생산 농가들의 인식 개선 등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와 토론회를 지켜본 생산 농가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농산물, 수출 새 효자품목으로”

 

▲인사말/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지난해 제조업 중심의 전통 수출 주력품목들이 뒷걸음질 친 것과는 달리 농산물은 오히려 증가해 새로운 효자품목의 반열에 선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시도 지난해 농식품 수출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전년 대비 11.6% 상승해 역대 최대인 6700만달러의 농식품 수출실적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농·특산물 수출 확대와 해외시장 다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안동시에서 현장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식품 수출과 관련해 많은 의견을 주시면, 현장의 소리를 반영한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하는 데 활용하도록 하겠다.


#발표1/농식품 수출조직 육성 방안
“품목별 수출-유통조직 연계 강화”

 

▲김경필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문화된 수출조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활성화된 수출조직은 미비한 실정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탈리아 남티롤 사과 수출조직(VI.P)은 품질관리와 마케팅 활동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고, 생산농가로의 이익배분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프랑스 브레따뉴 원예농산물 경제위원회는 성공적인 최저가격 보장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전문적으로 수출 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핵심 과제로 생산자는 생산자조직 출자에 참여해 수출조직 운영체계에서 의무감을 가지고 활동해야 하며, 생산자조직 역시 전문성을 갖춘 마케팅 부서와 전문 인력을 운영하고 공동선별·공동정산을 통한 내수 출하 및 수출물량 배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수출업체와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의 수출조직 육성 정책 방향은 수출조직 지원창구를 일원화하고, 품목별 수출조직과 유통조직의 연계 강화, 수출조직 운영성과 제고 부문 지원 강화, 수출보조금 폐지에 대응한 간접 지원 사업 발굴·지원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발표2/2017년 안동시 수출 지원 정책
“수출 물류비용·인프라 구축 지원”

 

▲유홍대 안동시청 유통특작과장=지난해 안동 농식품 수출은 경북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수출실적은 6700만달러로, 목표액 6300만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2017년 목표는 7300만달러로 2016년 대비 9% 증가한 수치다. 주요 수출국을 보면 28%를 차지하는 대만 수출액이 가장 높다. 수출품의 경우 신선농산물의 비중이 약 80% 정도로, 사과, 멜론, 단호박 등 13개 품목을 수출하고 있다. 가공식품은 김치류 등 8개 품목을 수출하고 있다. 주력 수출 상품인 안동사과의 경우 전체 수출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대만에 가장 많은 52% 정도의 물량이, 그 다음 홍콩으로 21% 정도 물량이 나가고 있다.

안동시 농식품 수출의 기본 방향은 크게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의 수출 국가 확대와 수출단지 조성을 통한 지속 안정적 수출기반 확충 등을 잡고 있다. 안동시는 시 예산을 통해 수출물류비(장려금)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신선농산물 수출경쟁력 제고 사업으로 수출 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농식품 수출진흥기금 100억원을 조성하는 조례를 제정해 추진하고 있으며, 사과수출협의회 구성도 계획 중에 있다.


#발표3/안동시 농식품 수출 성공 사례
“풍산김치, 현지 소비자 맞춤 수출”

 

▲류도경 서안동농협 풍산김치공장 공장장=풍산김치는 김치 수출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미국 진출 사례가 대표적이다. 풍산김치는 2016년 현지 바이어와 미국 샘스클럽과의 입점 협의를 진행한 끝에 올해 4월 미국 전역에 있는 샘스클럽 640개 매장에 입점을 추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월 20톤 이상 수출 예정이며, 홀푸드마켓 등의 추가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풍산김치는 2016년 126만달러 수출 실적을 올렸으며, 수출 목표로 올해 200만달러, 2020년까지 400만달러를 계획하고 있다.

수출 성공 요인에는 현지 소비자 수요를 철저히 맞춰 나갔다는 데 있다. 우선 특화된 제조법을 개발했다. 상황버섯 추출물을 이용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삭함을 유지하는 김치 제조법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또한 현지 시장 환경에 맞는 소포장 및 페트병 포장을 개발했다. 현지 유통망 개척도 꾸준히 나서고 있다. 안동시의 자동화 사업 지원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해외 식품 박람회 참가 지원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컸다.


#발표4/안동시 농식품 수출 해외 판촉 활동 사례
“고품질 사과 상향평준화 급선무”

 

▲이재민 동안동농협 수출단지 총무=올해 3월 7일부터 10일 4일간 대만 현지 도소매 시장 및 마트 등에서 홍보·마케팅 행사 활동을 진행했다. 대만은 안동 사과가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는 주요 수출국이다. 하지만 현지에선 한국 사과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미국산의 경우 저품질·저가격, 일본은 고품질·고가격의 특징을 갖고 있었지만, 한국산의 경우 품질과 가격 등이 애매하고 입지가 좁아 시장 형성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대만 시장에서 만난 소비자와 현지 바이어의 얘기를 들으면 대만 사람들은 당도가 높은 과일을 좋아했고, 한류 마케팅을 통해 한국 사과를 홍보한다면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동사과는 맛은 결코 떨어지니 않으니 경쟁력이 있다’는 농가의 생각은 대만 수출의 경쟁력 하락에 원인으로 꼽힌다. 사과 품질 측정 기준 개념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가들은 농법 개선을 통해 고품질 사과의 상향평준화를 모색해야 하고, 홍보·마케팅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출에 개입해야 한다. 또한 선별·저장·유통에 대한 기술, 설비, 시스템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이달 11일 경북 안동시청 대회의실에서 ‘농식품 수출 확대 방안’을 주제로 2017년 첫 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종합토론

사과 높은 가격 탓 수출 애로…원가절감 모색해야
베트남 기점으로 라오스·말레이시아 등 진출 계획
수출 활성화 주체는 농민, 경쟁력 제고 고민할 때


▲김홍상 농촌경제연구원 농림산업정책연구본부장(좌장)=농식품 수출은 국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내 식자재 소비가 한계를 보임에 따라 국내 시장의 협소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농가 입장에선 새로운 소득원 창출할 수 있고, 시장 수급 안정 차원에서도 수출은 필요한 부분이다. 그동안 중앙정부 차원에서 수출 확대 방안이 논의돼 왔는데, 다른 현장에서도, 특히 안동에서도 여러 농산물 수출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최휴석 ㈜안동무역 대표=안동무역의 주 수출 품목은 사과인데, 수출 현장에서 가장 애로가 큰 것은 가격 부분이다. 원가 절감을 통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수출 활성화를 위해선 품질을 높이는 부분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봐선 품종 개량이 시급하다. 부사 위주의 품종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엔비(뉴질랜드) 품종처럼 단단하고 당도 높은 신품종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뉴질랜드 정부는 사과 품종 개량을 위해 20년을 연구한 만큼 우리도 이런 노력이 요구된다.

▲김동진 경북도청 FTA농식품유통대책단장=지난해 경북도 농식품 수출은 전국적으로 경기와 경남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안동시의 수출 확대 노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지속가능한 수출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자 한다. 올해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개최를 기점으로 아세안 국가를 주목할 계획이다. 베트남을 기점으로 라오스, 말레이시아 진출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해외 상설매장을 캐나다 2곳, 중국 1곳에 만들었으며 올해 베트남에도 개장할 계획이다. 홍보 예산도 내년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 수출진흥기금, 수출업체 지원 사업도 꾸준히 전개할 계획이다.

▲윤태명 경북대 교수=경북 사과 수출은 1910년대부터 이뤄져 역사만 놓고 보면 100년이 넘는 역사다. 하지만 현재 수출 실적은 초라한 실정이다. 왜 안 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우 수출 목표가 수급 안정 측면이 대부분이다. 단기적으로 봐서 정부에서 추진하는 수출 지원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런 시스템에선 수출이 발전할 수 없다. 수출 활성화를 위해선 이해당사자, 즉 주체가 농민이 돼야 한다. 시장조사 같은 부분은 농협에서 맡고, 생산자들이 품질이나 가격 등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노력을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재배 체계 시스템으로 바꾸고 경영방식 바꾸면 생산성을 2~3배 높일 수 있고, 지금의 생산비도 낮출 수 있다. 수출 활성화의 기본은 생산, 품질 등이 돼야 한다.

▲배용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대구경북지사 수출유통부장=수출을 추진하기 위해선 개별 주체들보다는 전체 시스템을 구축해서 진행하면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일종의 드림팀 성격의 ‘K-Food Support Team’ 구성을 제안한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기관 뿐만 아니라 수출업체, 수입 바이어, 농가들이 모여서 수출 활성화 논의를 진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고 본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다 같이 공유하고,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한 품목에서 성공사례가 나타나면 다른 품목으로 옮겨갈 수도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수출 운영 시스템 또는 조직을 구축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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