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우리시대의 새로운 화두는 저녁이 있는 삶과 더불어 여가가 있는 삶이라고 한다. 빨리 빨리와 장시간 노동에 익숙한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주어진 삶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일터로 출근하고 저녁 늦게 또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삶이다. 즉 결혼한 모든 여성의 직업은 직장과 가정 두 곳이다. 직장은 대가를 받지만 가정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어머니, 또는 모성애라는 포장 아래서 헌신하거나 저항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인구절벽, 소위 대한민국 미래사회의 지속가능성의 위협이라는 엄청난 결과가 되어 현실로 나타났다. 미래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나서야 온 사회가 호들갑을 떤다.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미래사회의 지속가능성? 지금 당장 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할 건데?” 아마도 답은 “수입밥상으로 연명하는 삶”이 될지도 모른다. 

농촌 고령자 '소득·복지'가 화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고? 여성농업인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직장과 가정 어느 곳에서도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에 대한 관심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대한민국 통계를 분석해보면 이미 농촌지역의 경로당화, 특히 여성노인 1인 가구화는 기정사실이다. 아이울음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마을이 대부분일 것이다. 농촌에서는 지금 추세라면 2024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46%에 임박한다. 농업가구주의 평균연령은 이미 62세가 넘었다. 통계는 앞으로 대한민국 농촌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은 고령자들의 소득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핵심적인 정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가구소득을 지속하게 해야만 순환경제가 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고, 복지가 가능해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 것이다. 통계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건만 신기한 것은 누구도 농촌의 소득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아마도 농촌사회의 미래지속가능성의 위협으로 인한 대한민국 미래의 재앙으로 나타날 것이다.  

성평등 기초한 농정으로 전환

요즘 대선관련 농업정책 토론회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큰 틀의 방향에서 ‘성평등한 농업정책’이라는 관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모든 농업정책의 바탕에 ‘성평등’이라는 정책기조가 없다면 반쪽짜리 농업정책이 될 뿐이다. 통계가 이미 향후 어떤 정책방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답을 주고 있는데 여전히 그 안에 절반의 노동, 절반의 사회를 구성하는 여성들에 대한 정책이 없다. 겨우 여성농민 항목으로 전담부서 요구라든가 대표성 획득 정도가 제시될 뿐이다. 농촌지역의 복지는 단순히 생활복지가 아닌 노동복지(마을공동급식, 바우처, 도우미 제도개선 등)와 생활복지가 결합된 형태의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소득정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농산물 가격, 농지소유 등의 농업을 통한 소득정책은 가족농 중심, 1인가구 중심 농업가구 구조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개별 농민을 중심으로 한 소득지지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기본소득(가구당이 아닌 개별 농민중심) 보장, 농민월급제, 직불제, 유통혁신(소농, 노인여성가구 중심) 역시 마찬가지이다. 모든 농업정책의 방향은 성평등에 기초한 정책기조로 전환이 필요하다. 

여성농민 소득지지·복지 강화를

소득이란 기존 농사규모를 늘리던지, 생산한 농산물을 가격을 제값 받고 팔든지, 아니면 생산물을 가공형태로 판매하든지...3가지 방식이 있다. 현재 3가지 모두 다 중요한 소득향상의 역할을 하지만 현재의 영세농 중심의 농업구조에서는 경작면적을 증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직거래나 1차 가공을 통해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하여 생산품 대비 소득을 높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직거래장터, 로컬푸드, 꾸러미 등 여성농업인의 간접적인 소득증진 효과를 높이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복지영역에서는 노동복지와 생활복지 양 측면의 정책지원이 중요하다. 노동복지라 함은 농사일로 인한 중노동을 감소하는 복지, 이를 지원하는 복지를 의미한다. 농작업 편이도구의 지원이나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등은 대표적인 노동복지의 일종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돌봄노동의 사회화(농번기 계절탁아, 농가도우미, 가사도우미 제도, 교육도우미) 등의 시행은 노동복지를 지원하는 정책들이다. 반면 생활복지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돌봄서비스, 노인인구 사회서비스, 건강의료에 대한 사회서비스, 문화에 대한 서비스 등이 있다. 농촌지역 복지에 있어서는 돌봄의 양과 질, 선택권(접근성) 등 3가지 요인이 고려되어야 한다. 

여성 개인을 희생양으로 볼모삼아 더 이상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결과가 이럴진데 아직도 직업으로 일을 해도 그 직업적 가치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농업인, 만약 그들이 당장 파업이라도 한다면, 일을 그만둔다면 어떻게 될까?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아마도 인구절벽 정도가 아니라 우리는 생존이 불가능 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인한 위기는 대한민국 전체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농어촌 사회에서는 이를 훨씬 앞당길 수밖에 없는 심각한 위기이다. 따라서 농어촌사회의 공동화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여성농업인에 대한 소득지지와 복지강화를 통한 성평등 농업농촌 사회의 조성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번 대선에는 여성농업인 관련 공약이 제대로 반영되는 대선이어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도 좋지만 밥상을 지키는 여성농업인 정책이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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