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가격 약세 전망…판촉전 등 특단책 마련해야

2016년산 사과와 배의 저장량이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잔여 물량이 많아 향후 가격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단경기 소비촉진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사과·배 가격 약세 원인 및 시사점’이라는 현안분석을 통해 2016년산 사과·배의 재고량이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2016년산 사과·배 생산량이 2015년산에 비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소비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소비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산 사과 생산량은 착과수 감소와 폭염으로 2015년산 대비 1% 감소한 57만6000톤으로 집계됐다. 배 생산량은 단수 증가에도 성목면적이 줄어 전년보다 9% 감소한 23만8000톤이다. 이처럼 사과와 배 생산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산 사과·배 가격은 2월 기준 평년에 비해 크게 낮다. 사과(후지)의 경우 평균 도매가격은 10kg 기준 2만3000원으로 평년 대비 23% 낮고, 배(신고)는 15kg 기준 평년 대비 14% 낮은 3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경기불황과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소비 부진이 꼽히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소비자 심리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위축되고 있고,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지난 설 과일 선물세트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수입과일 및 과일과채 물량 증가에 따른 소비대체 영향 역시 사과와 배의 소비 부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사과·배 산지 물량이 적체돼 재고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과는 지역별로 경북과 경남을 제외한 경기·호남·충청 지역의 재고량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농협 APC의 재고량은 전년보다 10% 감소한 반면 농가 재고량은 17%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농가들이 장기저장 출하에 대한 가격 상승 기대와 설 명절 판매 부진이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배는 설 이후 소비 부진으로 산지 재고 물량이 전년 대비 27%나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재고량이 증가했고, 농협 APC와 농가 재고량이 각각 59%, 17%나 증가했다. 특히 저장물량 대부분은 품질이 낮은 저등위품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른 추석으로 신고 품종의 지베렐린 과다 처리에 따른 당도 및 식감 저하 등의 저품질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사과와 배의 소비부진에 따른 가격하락과 저장량 증가 등의 이중고를 해소하기 위해 단경기 소비촉진을 위한 특단의 판촉행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딸기, 토마토 등 국산 과일과채의 출하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고, 수입 과일이 3~5월 집중되는 시기라는 것을 감안할 때 현 시기의 소비촉진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사과·배 품종의 생산 방식과 출하시기 조절 등 생산 및 유통방식의 전환도 요구된다. 대과 중심의 선물 수요에서 일상 소비용인 중소과 생산 확대와 함께 장기저장이 향후 평년 대비 높은 가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산 출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과일과채관측팀장은 “사과는 올해 특별한 기상이변이 없는 한 생산량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장기저장 시세를 기대해 저장물량을 유지하기 보다는 분산출하를 하는 것이 농가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배는 신고 품종으로 몰려 있는 현 재배 품종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농가에서는 지베렐린 과다 처리 등은 앞으로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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