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생산량 3만2000톤 중 30%가 재고물량으로
구곡 처리에 골머리…신곡 수매 두 달 앞두고 ‘비상’

우리밀 업계가 ‘초비상’ 상태다. 구곡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6월부터 시작되는 신곡 수매 일정이 두 달여 앞으로 닥치며 수년 전의 ‘재고 대란’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다. 고질적인 수급 불안 문제가 일정 주기를 거쳐 또다시 우리밀 산업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당장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단기 처방이 시급한 상황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6년 우리밀 전체 생산량은 약 3만2000톤. 이 중 30% 정도인 1만톤 이상의 구곡이 현재 재고 물량으로 우리밀 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신곡 물량까지 더해지면 가뜩이나 소비 침체 여파 속에 탄력을 잃은 시장이 소화할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추가 재고가 발생돼 업계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배 농가와 계약 수매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 가공업체들의 자금이 재고 물량에 묶이면서 올해 수매 ‘기상도’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계약 수매를 통해 전량 수매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예정된 진행 상황이지만, 당장 구곡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업체 입장에선 자금 확보까지 어려워지며 이도 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면 자금 여력이 달리는 중소 가공업체들의 수매 일정이 차질을 빚는 등 생산 현장으로까지 혼란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2011년과 2012년 과잉 생산 물량에 대해 처리난을 겪었던 과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에선 단기 처방 중 하나로 구곡 재고 물량의 시장 격리 등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요구한 구곡 물량의 주정용 처리 방안은 현재 쌀과 보리, 고구마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공공비축 등도 예산 반영이 되지 않아 단기적인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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