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침체 속에 낮은 과일값으로 과일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과 달리 과일값이 높다는 식의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안을 들여다보면 과일값을 주도하는 주요 품목이 수입산 과일이지만 이를 무시한 채 전체 과일값만 부각돼 국내산 과일 소비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오렌지·바나나 등 미국 현지 기상악화로 가격 뜀박질 불구
구분 없이 물가상승 주범 여론 몰이에 국산 과일농가 분통


통계청은 지난 4일 전년 동월대비 2.2% 상승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했다. 이번 소비자물가 동향은 유독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5·9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물가가 주요 이슈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비자물가 동향 결과가 확산되면서 물가를 상승시킨 주요 부류로 과일이 내세워지고 있다. 신선식품지수가 전년 동월대비 7.5% 증가했고 이 중 과일 가격이 전년 동월대비 15.7% 상승했다. 이를 기반으로 신선식품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고, 그중에서도 과일값이 주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내 과일농가들이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 동향에 들어가는 과실 품목은 사과와 배를 비롯해 복숭아, 포도, 밤, 감, 귤, 오렌지, 참외, 수박, 딸기, 바나나, 키위, 블루베리 등 14개 품목이다. 이 중 귤을 제외하고는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것이 미국 산지 기상악화로 가격이 뛴 오렌지를 비롯해 바나나, 수입포도 등 수입품목이 주다. 그나마 국내산 과실 중 가격이 상승한 주요 품목은 귤과 감인데 3월 사실상 노지감귤과 단감 시즌이 마무리됐기에 이들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다는 게 물가와는 큰 의미도 없다. 일례로 농산물유통정보(aT Kamis) 3월 도매가격 정보에 귤은 3일, 단감은 10일 이후 가격 통계가 잡히지도 않는다.

실제론 국내 주요 과일 품목 가격은 과일 가격이 높다는 소식과 달리 침체에 빠져 있다. 농산물유통정보에서 3월 중간날인 15일 기준 후지 사과 10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3만8400원으로 4만8156원이었던 평년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외 평년 15kg 상품 기준 4만4267원이었던 신고 배는 4만1400원, 10kg 상품 기준 6만1230원이었던 참외는 5만3000원, 1kg 상품 기준 9008원이었던 설향 딸기는 7700원 등 주요 제철 과일·과채 품목 시세가 3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는 4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박연순 한국과수농협연합회 상무는 “저장과일인 사과와 배는 지난 가을 수확기 이후 계속해서 소비 침체와 가격 하락으로 농가들이 힘겨워하고 있고, 다른 작목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라며 “상황이 이런데 수입산 과일이 주도해 과일값이 상승한 것을 놓고 모든 과일값이 상승한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국내산 과일농가와 과일시장을 두 번 죽이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귤이 전체적으로 가격이 높았고, 감, 오렌지, 바나나 등도 가격이 상승해 과일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게 보였다”며 “수입과일이 과일값 상승을 주도했고 국산 과일은 가격이 높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이를 수입과일과 국산과일로 나눠 물가 상승 통계를 잡을 수는 없다. 과일이 하위 소분류로 더 이상 나눌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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