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할 수 있는’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할랄인증은 이슬람 시장에서 식품 뿐 아니라 화장품 및 첨가제 등 가공된 제품에 대한 일종의 안심마크 기능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식품업체들은 “할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할랄인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인증이 없는 업체들은 시작조차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100% 맞는 말도 아니다.

식품과 관련된 할랄인증 대상은 가공제품(加工製品)에 국한되며, 신선농산물은 할랄인증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 그를 이용한 반(半) 가공품도 신선농산물의 성질만 유지한다면 완전 가공제품과 구분될 수 있다. 실제 현지의 무슬림 소비자들도 굳이 신선농산물 관련제품은 인증여부를 엄격히 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슬람 국가마다 각기 다른 인증과 엄격한 절차, 비용,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심사를 받고 인증을 받아야하기에, 영세한 농산업체에서 할랄인증을 획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현재 할랄시장에 진출한 제품은 대부분 국내 대기업의 완전 가공품(담배, 라면, 커피 등) 중심이며, 농식품업체의 제품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잘 알고 있듯이 글로벌 할랄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관련 보고에 따르면 식품만 하더라도 2018년 세계 식품시장의 약 17.4%인 1조 6천억 달러에 이르며, 동남아시아 식품시장의 약 50%를 차지할 것이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큰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큰 시장을 진입하기 어렵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할랄시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시장이고, 특히 동남아시아나 중동 등은 지리적으로 우리 농산업체 제품들이 차별화 전략을 통하여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핵심 거점시장이다. 

그렇다면 영세한 농식품업체의 제품을 어떻게 차별화시켜 할랄시장으로 진입시킬 것인가?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출하려는 이슬람 국가 전반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작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하 재단)에서는 농촌진흥청과 같이 동남아 할랄시장에 대한 국내 농식품업체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조사하고, 전략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특히 세계 할랄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제조업 성장이 저조하여 대부분의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국가산업의 대부분을 상위 20% 이상인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대부분 불교 및 기독교)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국가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국내 농식품업체 제품의 수출전략에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Signal)을 준다. 특정계층을 중심으로 한 타겟 마케팅으로 고부가가치화 전략과 같은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할랄국가로 수출전략 추진 시, 해당 국가의 종교 분포, 경제 및 인구의 구조와 함께 주변 인접국의 산업 및 수출·입 현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수출하고자 하는 제품의 주요 고객층이 누구인지, 그리고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방향도 꼼꼼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제품에 대한 차별화 전략이다. 우리 제품에 할랄인증이 필요한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차별화 전략, 그리고 핵심고객 및 타겟 마케팅은 할랄시장 진출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할랄시장. 이 거대한 시장에 우리 농식품을 수출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큰 기회이다. 농식품부에서는 할랄식품 수출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세계 할랄식품 시장동향·인증기준 등 할랄관련 정보를 원스톱(One-Stop) 서비스하고 있으며, 재단에서도 국내의 우수 제품이 기술로 차별화되어 해외로 진출될 수 있도록 판로개척 지원, 컨설팅 등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머지않아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이슬람 국가들이 국내 농식품업체 제품의 수출 텃밭으로 자리매김 될 날을 기대해본다.

강 신 호/Ph.D.,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미래생명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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