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WTO 농산물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도국 입장이냐, 선진국 입장이냐는 우리 농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개방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어 우리 농업에 큰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지난 UR 협상에서 개도국의 경우 관세 인하 및 보조금 감축의 정도가 선진국의 2/3 수준에 그쳤으며, 이행기간과 관세의 경우에도 선진국은 6년, 36%인 반면 개도국은 10년, 24%에 그친 사례가 있다. 그래서 이번 차기 농산물 협상에서도 쌀 관세화 유예와 함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농민단체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최근 정부가 선진국 입장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혀 농민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재경부의 세계무역기구 협상담당 부서인 도하개발 아젠다 대책반이 재경부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협상의제에서 선진국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의 비교역적 특성(NTC)을 강조하는 국가가 유럽연합,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등 선진국임을 감안, 공동보조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결국 이는 2004년으로 예정된 쌀 재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 유리한 개도국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물론 재경부가 해당자료는 WTO 협상진전과정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참고용으로 올린 것일 뿐 앞으로도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를 얼마나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 정부 일각에서 농업 포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비전 2011의 실례에서 보다시피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반 농업적인 정책이 노골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다 오는 21, 22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칠레 FTA 고위급 협의회는 우리 쪽의 대폭 양보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이런 일련의 상황에서 재경부의 해명을 있는 그대로 신뢰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정부는 이번 개도국 지위포기 망발을 농민들에게 보다 솔직하게 밝히고 농업 포기론적 생각으로 협상에 임하는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정부 부처간 협력 체계를 구축, 쌀 관세화 유예와 개도국 지위 유지를 책임지고 관철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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