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논설실장·선임기자

 

“농협중앙회장이 농가소득을 5000만원으로 끌어올린다고요? 대체 무슨 수로?” 한국경제와 협동조합을 연구해온 석학 A교수는 격앙된 목소리로 반문했다. 굉장히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데 대한 반응이다. 그는 “농협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그건 명예직인 농협중앙회장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본인의 일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농가소득 5000만원 행보가 논란을 빚고 있다. 김 회장은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에 조직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한다. ‘조합장 열정농담(熱情農談)’이란 이름으로 조합장과 중앙회 간부들을 모아놓고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 방안을 토론하는 밤샘토론을 잇따라 열기도 했다. 덕분에 농협중앙회 주변에선 김 회장이 비유한 ‘파부침주(跛釜沈舟)’란 고사성어가 유행이다. 이 말은 초패왕 항우가 군사를 이끌고 황하를 건너면서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 앉혀가면서 죽을 각오로 싸운데서 비롯된 것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굳은 각오로 임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병원 회장이 ‘파부침주’의 자세로 나선 농가소득 5000만원 목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협동조합의 역할에 비추어 봤을 때 농민의 협동조합으로서 농협의 수장인 농협중앙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의 순서가 맞느냐는 관점, 또 하나는 지금의 농협 체제를 그대로 두면서 과연 그것이 실현 가능하냐는 시각에서다. 

A교수의 비판은 전자다. 농협중앙회가 농협의 역할과 구조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농가소득 5000만원을 목표로 들고 나온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농협의 역할이 조합원의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것인데, 그동안 왜 그것이 제대로 안됐고, 어떤 구조가 문제였고, 그래서 어떻게 고치겠다는, 그런 성찰 대신 농가소득을 들고 나온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중앙회 지주회사가 조합의 영역을 침해하거나 경쟁하는 체제를 만들어 놓고 지주회사 사업을 늘리는 식으로 농가소득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냐”면서 “임직원을 모아놓고 강연을 하며 농가소득을 말하는 것은 마치 정치인 코스프레를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농협이 농가소득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농민의 협동조합으로 거듭나는 개혁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농협이 말하는 농가소득 5000만원은 실현 가능한가? 농협의 계산은 이렇다. 2015년 기준 농가소득 3772만원에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 3.1%을 적용하면 2020년 4335만원이 되니, 여기에 호당 665만원을 추가하면 5000만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665만원의 50%를 농협의 역량으로, 50%는 정부 역할이나 경제성장 등으로 채우겠다는 방안이다. 농협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농업생산성 향상, 농가수취가격 향상, 농업경영비 절감, 농식품 부가가치 제고, 농외소득원 발굴, 농가소득 간접지원 등 6대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협의 목표는 그 근거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6년 농업전망에 따르면 2020년 호당 농가소득은 4014만원으로 예상됐고, 2025년에 가서도 4330만원에 그친다. 농경연은 향후 10년간 농가소득 성장률을 연간 1%로 보고 있다. 앞으로 농가가 판매하는 농산물 가격은 정체내지 아주 소폭 오르는 반면 농사에 필요한 투입재, 노임, 임차료, 사료 값 등 구입가격지수는 훨씬 빠르게 올라 농가교역조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농협의 농가소득 5000만원 주장의 실현가능성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농업경제학자 B 박사는 “농협이 농가소득을 올리겠다면서 각론이 부재하고, 그 방향도 그동안 정부가 해 오던 얘기를 답습하는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역할을 하겠다면 체제개혁이 필요한데, 기존체제를 유지하면서 가능한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농가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정부가 현재의 생산위주, 경쟁력 위주의 농정을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농민을 지원하는 농정으로 대전환하는 것이다. 직불금을 확대하고 최저가 보장을 비롯한 촘촘한 소득안정제도를 운영하며, 농민 스스로 힘을 모아 변화에 대응해 가도록 협동조합을 제대로 키우면 된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농민의 협동조합으로서 농협이 제 역할을 해 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하고, 그 구조를 개혁하는 일이 중요하다. 조합원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조합, 조합 위에 군림하는 중앙회, 조합이 할 일을 독점하는 지주회사와 자회사라면 협동조합 정신과 한참 거리가 멀다. 그래서는 농가소득에 도움을 주기도 불가능하다. 

김병원 회장은 회장에 당선되면서 농협중앙회 개혁을 공약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개혁의 소식은 들리지 않고, 농가소득 구호만 가득하다. 일에는 순서와 경중이 있다. 힘이 들더라도 협동조합의 근본을 딛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 성과가 지속되지도, 떠나면서 박수를 받지도 못한다. 김병원 회장이 ‘파부침주’의 각오로 해야 할 일은 농협의 구조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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