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크게 줄었음에도 시세가 하락하고 있는 건고추 산업. 이 건고추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위기의 건고추산업 원인 및 시사점’ 현안분석 보고서가 최근 발간됐다. 농경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건고추 산업 위기 진단을 통해 기계화 작업 기반 마련, 저비용 대규모 생산단지 조성, 도매유통의 비닐 포장 확대 등 생산, 유통, 소비 분야별 건고추 산업 위기 대응책을 제시했다.

소비처 따라 제조 다양화
도매유통 비닐포장 확대
품질표시제 도입 검토를


▲건고추 산업 위기=현안분석에 따르면 국내 건고추 재배 면적은 2000~2004년 6만7341ha에서 2010~2015년 4만1435ha로 연 평균 5.1%씩 급감하고 있다. 2016년엔 2000년보다 57%나 줄어든 3만217ha에서 건고추가 재배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생산량도 2000년 19만3786톤에서 2016년 8만5453톤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생산량이 감소하면 가격은 상승하는 것이 경제학적 이치지만 최근 들어 건고추 가격은 약세가 지속되는 등 건고추 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한 주요 원인으론 무엇보다 수입산 냉동 건고추의 높은 가격 경쟁력을 들 수 있다. 관세율이 27%로 낮은 냉동고추로 수입돼 국내에서 세척 건조과정을 거친 건고추의 국내 판매가격은 600g당 4470원으로 국내산 가격의 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 이에 냉동고추는 2000년 1032톤에서 2010년 이후 계속해서 3만6000톤 내외가 수입되는 등 수입량이 크게 증가했다.

외식업체가 수입산 비중을 늘린 것도 현 건고추 산업의 위기감을 가져오게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반 가정 소비자들은 식품 안전성 문제로 인해 국내산 선호 비중이 높은 반면 종사자 규모가 큰 상위 60개 외식업체의 경우 고춧가루 구매량의 85%는 가격이 싼 수입산을 구매하고 있다. 특히 2011년 태풍 등 기상재해로 국내산 건고추 가격이 크게 상승한 이후 수입산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외에도 재배농가의 고령화와 많은 노동 투입시간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 건고추 소비 감소로 인한 이월 재고량 증가 등도 현재 건고추 산업이 어려워지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응책은=이런 위기감을 풀기 위한 첫 단추로 농경연은 ‘생산 기반 시설 확충 및 재배 품종 단순화’를 들고 있다. 건고추는 재배 규모가 영세화되고 타 작물에 비해 노동 투입시간이 길기 때문에 고령농의 농지연금 확대를 통해 청·장년 농업인의 재배 규모를 확대하고, 밭 기반 정비를 통해 기계화 작업의 기반을 마련해 수확기계 보급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별로 맛, 매운 정도 등을 선택하고 품종을 단순화하면 가공업체와 소비자, 대량수요처의 선호를 반영하기 더 용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비처에 따른 다양한 고추 제조’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가정 소비자를 대상으론 프리미엄 고추를 생산하고, 외식업체 등엔 수입산 소비를 대체할 수 있는 저비용 대규모 생산단지 조성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 과정에선 ‘도매유통의 비닐 포장 확대 및 품질 표시제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부분 마대 형태로 이뤄지는 건고추의 도매시장 유통으로 인해 유통 과정 중 습도 관리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도매유통에서 비닐 포장을 확대해 유통 중 습도관리와 품종 및 생산자, 습도, 품위 등 다양한 생산이력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내산에 대한 품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외국산과의 혼합비율 허위표시 단속 강화’, ‘국내산 고춧가루를 이용하는 음식점에 대한 별도의 등급 표시’, ‘산지와 대형 수요처 간의 산지직거래 방안 마련’ 등이 제시됐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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