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계계열업체 체리부로와 종계사육농가 간 종란 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발생했다. 사진은 체리부로 계열사인 한국원종 소속 직원들이 사료차량의 종계 농장 진입을 막고 있는 모습.

육계계열업체 체리부로와 종계사육 농가가 중개업체의 부도 이후 종란을 두고 소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체리부로가 농장 점거와 사료차량 진입 방해 등의 물리적인 압박을 가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체리부로 “양도담보계약”
농가는 “미림과만 계약”
체리부로-농가 법적다툼
사료차량 진입 방해 
농장점거 등 논란 고조


충남 부여에서 3만수 규모로 종계 사육을 하는 최긍규 고려농장 대표는 최근 육계계열업체 체리부로와 종란 소유권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지난달 14일 해당 농가와 체리부로 사이에서 중개업을 하는 ‘미림’이 최종부도처리 됐기 때문이다. 당초 해당 농가는 미림과 부화부터 64주령까지의 육용 종계에서 생산되는 종란을 개당 301원에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미림은 체리부로와 계약을 맺고 농가에서 납품받은 종란을 공급하도록 계약이 돼 있었다. 즉, 해당 사육 농가는 미림과 계약 관계일 뿐, 체리부로와는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았다는 것이 농가 측 설명이다. 

하지만 미림이 부도 처리된 다음날인 15일부터 체리부로의 계열사인 한국원종 직원들이 최긍규 대표의 농장에 진입해 종란납품 차량으로 길목을 막아 농장을 통제하고, 종란 소유권을 주장하는 간판을 설치했다. 미림이 체리부로와 계약 시 양도담보계약을 했기 때문에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체리부로 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최긍규 대표는 양도담보계약서를 본적도 없고, 계약서에 도장이나 사인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체리부로와 미림 측을 상대로 사문서위조 관련 소송을 벌일 계획이다. 또 다른 문제는 체리부로 측이 농장을 통제할 때 사용한 종란이동차량이 AI가 발생한 익산의 체리부로 종계장에서 온 차량이었다는 점이다. AI 차단 방역에 모범을 보여야할 대형 계열업체가 오히려 AI 감염이 의심되는 차량과 많은 인원을 농장으로 들여보낸 것은 방역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라는 것이 최긍규 대표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최긍규 대표는 “미림이 부도 처리되며 채권 4억5000만원가량이 발생해 피해를 입었는데, 하루아침에 보지도 못한 양도담보계약으로 채무자가 돼 억울하다”라며 “체리부로와 종란 소유권은 법적 소송으로 풀겠지만, 계열업체가 무단으로 농장에 진입해 AI 발생 위험성을 높이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평상시 같았다면 계열업체가 무리하게 점유를 하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AI로 종란이 부족하기 때문에 종란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체리부로 측은 현재의 농장 점유가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림과 계약 시 양도담보계약을 맺으며 농가들의 인감과 자필 서명 등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고, 법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가압류처분까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또 농장을 점유한 것은 AI로부터 감염을 막기 위해 출입로와 외부인을 차단했을 뿐, 압박을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창섭 체리부로 부회장은 “양도담보계약 상 종란은 체리부로의 재산이기 때문에 AI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방역 활동하며 재산권을 행사 했을 뿐”이라며 “법원에서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으니 남은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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