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 농정공약을 논한다’를 주제로 한 주요 인사 및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를 마감했다. 두 달여에 걸친 인터뷰였다. 사실 처음 인터뷰를 기획할 때 가졌던 생각은 ‘어떻게 하면 농업소득을 올려서 농가소득을 재고할 수 있을까?’였다.

농가소득을 구성하는 요소 중 6차산업 활성화를 통해 높이겠다는 농업외소득은 그 대상의 한계가 분명했고, 직불금으로 대변되는 이전소득은 정부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측면과 이전 정부의 행태를 감안했을 때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롯이 농민의 노력만으로 가능할 것 같은(?) 농업소득을 증대시키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데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첫 인터뷰에서부터 무너졌다. 1월 17일 처음 만난 최양부 전 농림해양수석은 “농업소득을 높여서 농가소득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유는 이랬다. ‘농업생산에 투입되는 자재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농산물 가격이 오르지 않는데 어떻게 농업소득이 높아질 수 있냐’는 것이었다. 특히 시장이 전면 개방된 현재의 상황에서.

이후 6명의 전문가를 더 만났고, 이들의 이야기도 한결 같았다. 한발 더 나가 현재 국정뿐만 아니라 농정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력 제고’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적인 결론은 ‘농가 직접지불의 확대’였고, 이는 재정개혁에 대한 요구와 함께 이번 대선공약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같이 최소 30년, 학생시절까지 포함하면 최소 40년 이상을 농업부문연구에 몸을 담았던 석학들이다. 그런 그들이 왜 하나같이 똑같은 이야기를 했을까? 돌이켜 보면 해방 이후 수출보국이라는 국정패러다임이 정해지면서 농산물은 공산품의 가격경쟁력 제고라는 명목에 둘러싸여 가격이 오르면 안되는 품목으로 여겨져 왔다.

수출 공산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낮춰야 했고, 그래서 정부입장에서는 먹고사는 문제의 핵심 중 하나인 먹거리 물가를 억눌러야야만 했던 것이다. 이 뿌리 깊은 인식의 잔재는 현재의 재정물가당국이 농업을 바라보는 기조와 언론의 보도행태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 정도다.

‘사람이 먹는 량에는 한계가 있고, 시장개방에 따라 값싼 많은 먹거리가 수입되는 상황에서 농업소득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경제학자 입장에서 이렇게 밖에 분석할 수 없다’던 양승룡 교수의 말에서 혹여  ‘그래도 노력하면 나는 경쟁력이 있다’는 차마 버릴 수 없는 희망으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쟁력을 제고하면 농업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던 위정자들의 반복된 말과 이와는 반대로 지난 20년간 정체된 농업소득 수치를 들여다보며 대선 정국을 맞은 지금, 15년 전인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권영길 의원이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난다.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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