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생산비 증가세가 농산물 가격 상승률보다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실질 농업소득이 하락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 생산 주요품목을 대상으로 가격변동대응직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가격변동대응직불제 대상 품목을 30여개로 늘리더라도 현재의 농업예산으로 충분이 충당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덧붙여졌다.

WTO 출범후 물가 82% 상승
농산물 가격은 39% 찔끔
농약·비료 등 자재 112% 껑충
가격조건 악화 보완대책 필요

기준가격 대비 판매가 하락시
차액 85% 직불금으로 지원

재배면적 많은 33품목 적용시
농식품부 총예산의 20% 필요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농업의 가격조전 악화 대책으로 가격변동대응직불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신정부 농정방향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핵심은 쌀 변동직불금처럼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주요작목에 대해 기준가격을 정하고, 기준가격 대비 판매가격이 하락할 경우 하락분의 85%를 보장해 농가소득을 지지하자는 것이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한국은 1995년 WTO 출범 이후 진행된 동시다발적 FTA로 인해 농산물과 수산물 수입은 각각 2.1배·3.7배 증가했으며, 이 기간동안 소비자물가는 82% 상승한 반면 농산물 가격은 39% 상승하는데 머물렀다. 또 같은 기간 세계적인 자재가격 인상으로 인해 농약·비료·사료 등의 투입자재 가격은 112%나 상승하면서 농업의 가격조전이 극도로 악화됐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농업·농촌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가격조건의 악화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은 필수적이며, 일정기간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정하고,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차액의 일부를 보전하는 가격변동대응직불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농촌공간이 제공하는 휴양과 휴식, 여가 등 문화·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농촌공간이 이러한 가치를 발휘하려면 차별화된 지역농업이 발전하고 지역의 환경·경관·생물다양성·문화 등이 보전돼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이를 지탱하는 농민의 소득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정환 이사장은 “현재 가격변동과 관련된 직불제는 쌀 변동지불과 FTA 피해보전직불이 있다”면서 “이를 가격변동대응직불제로 통합하자”고 제안했다. 가격변동대응직불제의 시행에 앞선 원칙은 국내 주요 생산품목의 대부분을 직불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변동대응직불제란 기준년도의 기준가격을 정하고, 당해연도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차액의 85%를 직불금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또 가격변동대응직불금을 지원할 경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과잉생산에 대비하기 위해 당해연도 생산과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기준면적에 따라 지불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정환 이사장은 직접지불 품목을 확대할 경우 나타나게 될 재정증가 우려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재배면적이 많은 33개 품목을 대상으로 가격변동대응직불제가 2010년에 도입됐을 것을 가정해 재정 필요량을 시뮬레이션 했다”면서 “2010년이 최대 2조7000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농식품부 총 예산의 20% 수준정도로 추정이 됐는데 사업지원 예산 조정으로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특히 “품목단위별 지급이 아닌 기준연도 면적에 가격변동대응직불금을 지급할 경우 불특정 최소허용보조가 되기 때문에 총 4조4000억원까지 사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덧붙인 그는 “미국도 당해연도 재배와 관계없이 기준연도 면적에 대해 지급하는 직불금을 품목 불특정 최소허용보조로 WTO에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력 위주의 농업예산 투입이 농가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증명된 것”이라면서 “농민소득을 직접 지지하는 방향으로 재정편성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