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우리 농업의 희망을 노래하기 위하여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자. 그것은 여느 해도 다름없었지만 올해야말로 한국농업의 위기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책임 있게 대처하지 않으면 농업과 농민의 붕괴로 끝나지 않고, 사회와 나라의 위기까지 확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미리 한국농업의 백년대계(白年大計)를 위한 마음의 각오를 다지면서 근본적이고 구체적 준비를 해 나가는 원년으로 설정하자. ○ ‘세계화’ 장밋빛 허상에서 탈출우리는 새해 아침 또다시 농업의 기본적 가치를 되새겨 봄으로써, 세계화라는 장밋빛 허상으로부터 탈출하자. 그리고 자손만대 이어나갈 민족경제의 뿌리이어야 할 농업의 융성을 도모하고 농민의 복지를 실현하며, 농촌을 우리 국민 모두가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어 나가기 위하여 우선 농민부터 힘을 모으자, 땀을 흘리자, 그리고 국민을 설득하자. 그래서 우리는 ‘국민을 움직여야 농업이 산다’, ‘국민과 함께 하는 농정’을 말했던 것이다. 국민을 움직이기 위하여 우리 농민은 어떤 노력을 했는가. 농업진영은 무엇을 준비했었던가. 가슴에 손을 모으고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안전하고 품질 좋고 값싼 농산물을 국민에게, 소비자에게’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한국농업의 지속발전을 위한 필요 조건일뿐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농업은 단순산업이 아닌 종합산업이고, 경제이전의 산업이며 철학이고 정치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현들은 농업의 큰 가치를 말하고 농민의 중요성을 논했다. 공자는 식(食), 병(兵), 신(信)중에서 식량을 으뜸으로 보았고 세종대왕은 ‘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이라 하여 국가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삼는다는 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삼았으며, 기독교 교리에서도 ‘농민을 신의 선택을 받는자 (The People Chosen by God)’로 말하고 있다. ○ 갈수록 커지는 도농격차 해소를우리는 세계화의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그것은 오늘날 ‘평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힘있는 자들의 반평화적 오만을, 민주라는 탈로 위장한 반민주적, 불평등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 자신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다. 세계화는 새로운 무역질서, 경제재편이라는 선진강대국의 의도된 행위이며, 총칼을 숨기고 ‘상호이익’으로 포장한 경제전쟁이다. 우리 농업이 그 표적이 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희생양으로 삼으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렇다고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엄연한 대세다. 강대국에 의해 설계된 세계화에 맞서 우리식 세계화의 내용을 담는 전략과 전술의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농업의 가격·품질 경쟁력을 위하여 그것도 국제경쟁력을 위하여 규모화, 전문화, 정보화, 과학화를 정책으로 삼았고, 애그리 비즈니스, 그린투어리즘을 진작하여 농업의 부가가치를 도모해 나가고 있으며, 쌀 농업, 환경직불제로 소득 안전망도 갖춰 나가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내놓고 있지만 도농간 소득격차는 커져만 가고 농가부채는 늘어만 가는 구조적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왜 그럴까. 대책은 없을까.그래서 정부는 다시금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설치하여 새해부터 뉴라운드 협상, 특히 쌀 협상의 만료시점인 2004년 12월31일까지 운영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숱한 특별위원회, 대책들을 보았고 경험했지만, 그 결과는 오늘의 참담한 농업·농촌이요, 농민들의 현실이다.○ 농민, 농업주체로 당당히 나서야이제 다시 시작하자. 최소한 한 세기 100년은 그만두고라도 한 세대 30년은 내다보고 준비하자. 그것도 역부족이면 10년 앞은 볼 수 있어야 한다. 조석변개(朝夕變改)도 유분수지 한 정권도 내다보지 못하고 한 장관도 책임지지 못하는 농업정책으로는 세계화 시대 한국농업의 승부수를 걸 수 없다. 그런 만큼 이 땅의 내로라 하는 농정관료, 학자, 정치인, 농민간부, 언론들은 오늘의 농업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반성의 토대 위에 새해 새설계를 준비해야만 한다.누가 앞장 설 것인가. 그것은 누가 농업의 주체인가의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농업·농촌의 기본적 이해당사자는 농민이다. 농민이 농업의 주체로 당당히 나설 때 농업의 희망을 담보할 수 있다. 한국농업의 수준은 한국농민의 수준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세계화시대 한국농민으로서 기본이 서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움직일 수 있고, 관료, 학자, 언론, 정치인도 바로 세워 같이 나아갈 수 있다. 그 선두에 의식화되고 조직화된 농민대오가 선다는 각오 없이 한국농업의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변시킬 수 없다. 모든 일은 미룰 수 있어도 농업만큼은 미룰 수 없다. 세계화의 본질을 인식하고 전망하면서 농업의 주체를 세우고 공고히 하는 일에 모두 나서자. 올 한해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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