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년 뱀의 해가 저문다. 희망과 포부를 갖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한다는 설렘 속에 출발한 올 한해, 시련과 격동의 연속이었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각 분야가 그랬고, 농업·농촌·농민도 예외는 아니다. 새해부터 희망과 포부를 갖고 영농계획을 세웠던 농민들은 20년만의 최대 폭설과 90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극심한 시련을 경험했다. 이런 아픔과 좌절을 딛고 농민들은 6년 연속 풍년을 달성하는 놀라운 저력을 보였지만 쌀값하락과 개방압력으로 이어져 시름을 더해 주었다. 정부가 수확기에 쌀값안정을 위한 대책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쌀 가격안정은커녕 오히려 농민들의 불만을 더욱 자극했다. 사상 최초로 햅쌀을 불태우는 격한 시위를 가졌으며, 전국곳곳에서 벼 야적 시위와 현물상환, 그리고 서울에서 대규모의 농민대회로 이어지는 등 쌀값보장을 위한 농민들의 시위가 끝이지 않았다. 이런 농민들의 분노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추진, 중국과의 마늘 2차 분쟁, 뉴 라운드 출범 등 개방압력에 더욱 높아갔다. 특히 뉴라운드 출범 전 여러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신자유주의 발판을 닦으려던 정부는 농민들의 거센 시위로 한발 물러섰지만 대통령이 직접 ‘FTA 체결’을 공언하는 등 불씨가 그래도 남아 있다.그러나 농민들을 무엇보다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이런 농업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농협중앙회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농민들은 농협이 직원들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한농연은 올해를 ‘협동조합 개혁’의 해로 선포하고 시·군 지부 폐지, 중앙회- 지역조합 중복사업 폐지 등 개혁운동을 전개, 나름대로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냈지만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자리 매김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개혁과제가 산적해 있다. 올 한해 이런 시련과 좌절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구제역 청정국 지위획득과 생우 수입포기 선언을 끌어내는 쾌거도 있었다. 축산업계의 숙원이었던 ‘구제역 청정국 지위획득’ 은 전 축산인들의 승리이며, 돈육수출 재개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모두가 힘을 모아 노력한다면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이제 올 한해 좌절과 절망을 모두 떨쳐버리고 새해에는 농업계의 각 분야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생명창고를 지키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희망과 용기를 갖고 다시 새해를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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