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가을 태풍으로 인해 재파종에 들어간 월동무가 유독 많았던 가운데 출하를 앞둔 현재 크지 못한 물량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을 보면 출하를 앞둔 무가 휴대전화와 비슷한 크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가을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월동무의 유일한 주산지인 제주에선 유례없는 재파종 비중이 늘었다. 겨울이 지나 봄철로 접어들면서 이 재파종한 물량이 본격적인 출하를 앞두고 있다. 다시 파종한 월동무는 얼마나 잘 자랐을까. 파종 당시엔 늦은 시기에 진행된 파종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겨울철엔 작황이 좋아 당초 우려를 깨고 원활한 수확이 이뤄질 것 같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1일 찾은 제주 월동무 산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금 터져 나왔다.

생육 막바지 가뭄 탓
제대로 크지 못하고 
일부는 웃자람현상까지
전체적으로 단수 감소
출하량 감소 불보듯


“다 자란 무가 휴대전화랑 크기가 비슷합니다. 가장 중요한 3월 날씨가 받쳐주지 못해 무가 크질 못하네요.”

제주에서 무를 재배하는 최도균 삼다농심영농조합법인 대표와 정호범 한국농업유통법인제주연합회 감사는 21일 무밭에서 재파종한 무를 뽑아들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최도균 대표는 “3월 들어 비가 계속 안 오다 20일이 지나서야 제주 지역에 비가 내렸다. 한창 성장해야할 생육 막바지에 가물어 무가 제대로 크질 못했다”며 “겨울철에는 그래도 날씨가 좋아 잘 클 것이라 기대했는데 막바지 날씨가 월동무 생육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전했다.

재파종한 무는 이제 본격적으로 출하돼 늦봄, 길면 초여름까지 계속해서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2월까지만 해도 재파종에 따른 시간차로 인해 예전보다 보름 정도 늦어지는데다 작황 호조 속에 물량도 원활히 나올 것으로 전망돼 월동무 뒷 물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3월 들어 이 상황이 바뀌고 있다.

여기에 일부 웃자라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호범 감사는 “늦게 파종한 우려 때문에 비료를 많이 주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로 인해 웃자라는 현상도 나타났다”며 “특히 잎이 커야하는데 추대가 먼저 올라와 상품성이 떨어진 물량도 많은 편이다. 이제부터는 비가 적당히 와야 하는데 비라도 많이 오면 추대 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산지에선 무엇보다 단수가 많이 줄어들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부철 성산일출봉농협 유통사업소 과장은 “전체적으로 단수 감소로 인해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비상품도 많이 발생하고 있고, 상품 중량을 맞추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며 “산지에선 상품성을 보존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물량이 부족해 시세는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최근의 우천으로 작업여건이 나빠진데다 월동무 작황 부진으로 산지에서 출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월동무 시세는 상승 흐름인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이달 초 발표한 월동무 관측에선 재파종된 월동무의 본격 출하로 3월 하순으로 갈수록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시세 흐름은 이와 다르게 나오고 있다. 실제 가락시장에서 18kg 상품 기준 10일을 전후해 1만1000원대까지 내려갔던 무 도매가격은 22일 1만4131원, 23일 1만5816원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가락시장의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차장은 “10월 태풍 이후 재파종된 무가 작황 부진으로 크기가 잘고 수확량도 현저히 떨어지면서 산지에서 출하를 늦추거나 못하고 있어 시장 반입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에 시세는 당초 전망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현 시장 상황을 전했다.

한편 무 산지에선 지난가을 파종 때 겪었던 어려움이 현재 터널 무에 대한 파종을 진행하고 있는 전라권 산지에서 재현되면서 올 상반기 무 물량이 들쑥날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도균 대표는 “터널무 주산지인 고창 등 전라권 지역이 파종에 들어가야 하는데 가물어서 아직 파종을 못한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여름철까지 전반적으로 무 물량이 들쑥날쑥할 수 있다. 정부와 관련 기관에선 무 수급 상황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김경욱·강재남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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