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

 

우리는 2010~2011년에 국가재난에 상당하는 구제역 파동을 겪은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하여 대규모 밀집축산, 공장식 축산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때 구제역 대책으로 나온 것은 대규모 축산농가 허가제, 살처분, 방역 등 관리 중심의 정책이었다. 그런데도 최근에 또 똑같이 AI와 구제역이 발생하였다. 그 동안 수 조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였고 앞으로도 또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매년 정례화 되는 재앙에 대해 소규모 유기축산과 같은 전향적·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유기축산은 탄소중립과 메탄가스 감축, 유기축분뇨의 토양 환원, 생물다양성의 유지, 동물 건강과 동물복지, 안전한 고품질 축산물 수요 트렌드에 부응할 수 있다. 

유기농업 최고의 덕목은 ‘순환’

유기농업의 실천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순환’이다. 그것은 유기농업의 철학적·기술적 측면에서 동시에 적용되는 원리이다. 순환농업은 유럽의 유기농업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초지가 부족하여 유기축산은 쉽지 않다. 영농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기사료와 유기퇴비를 대부분 구매해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순환농업은 더욱 어렵다.

유기축산이 없는 유기농업은 마치 ‘젓갈이 안 들어간 김치’와 같다. 본래 유럽 등지의 전통적인 유기농업은 유축농업을 원리로 한다. 초지 유기축산이 순환농업의 연결고리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축산’ 이라는 개념으로 규모의 경제성 추구하는 관행을 따르다 보니 순환보다는 규모화·전업화를 추구하고 있다. 유기축산 인증농가도 대부분 대규모 농가이거나 비순환 전업축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수입 유기사료에 의존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유기축산 인증 농가 수 101농가이다. 이 중 유기우유를 생산하는 젖소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한우, 산란계 농가 순이다. 경축순환농업 실천을 지속하고 있는 농가보다는 유동하는 농가가 많은 것은 유기축산을 지속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는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렵고, 유기사료 조달 등이 어려우며, 그래서 가족농이 경축순환농업을 실천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경축순환 유기농업에서 진입과 퇴장이 많은 이유는 유기축산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는 사료구입비 등 경영비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축산물 출하의 불안정성과 소득보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신규 진입자의 경우는 순환농업의 장점에 매력을 느끼고 진입한다. 그러나 유기사료를 시중에서 구입해야하는데, 그 비용이 일반 사료에 비해 매우 비싸다. 또한 유기축산물로 인증을 받아 판매할 때 판매처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판매처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높은 유통마진율 때문에 생산자 수취가격은 생산자소득을 보상하는 수준보다 낮아 영농의 지속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유기축산은 유기농업 발전의 핵심 연결고리이다.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유기축산에서 나오는 축분퇴비의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유기농가가 순환농업을 실천하거나 또는 신규진입 농가나 귀농인들이 대규모 유기축산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유기축산은 기술적인 문제, 경제성에 대한 불확실성 등의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소규모 농가에게 적합한 분야이다.    

2016년 말 현재 유기농산물 인증농가는 1만2896농가, 무농약농산물 인증농가는 4만9050농가이다. 이에 반해 유기축산물 인증농가는 101농가이고, 무항생제축산물 인증농가는 8122농가이다. 유기농산물 인증 농가 중 유기축산과의 복합영농을 통해 순환농업을 하는 식량작물 생산농가는 13농가 정도에 불과하다. 순환농업의 지속성 여부를 조사해 본 결과, 유기축산물 인증농가의 구성을 2011년과 비교해 보면, 2014년 4월까지 신규로 진입한 사례는 28건 38농가, 2011년 이후 계속 순환농업을 유지하는 농가는 27농가(식량작물 9, 사료작물 18), 중간에 퇴출한 사례는 22건 37농가였다. 

한편, 실제로 경축순환 유기농업을 하는 농가들을 조사해 보면, 가족농이 가장 적합한 영농형태라고 응답한다. 그리고 경축순환농업이 경제성이나 환경보전, 가축질병 및 경농농업 병해충 발생률이 낮다고 응답한다. 경축순환농업을 희망하는 유기농업 농가를 조사해 보면, 유기축산 인증기준을 완화해 주면 약 78.8%가 유기축산인증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다. 따라서, 친환경농업 실천 농가에게 복합영농을 위해 유기축산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무항생제축산물 인증농가가 유기축산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유기축산, 유기농 발전 연결고리

첫째는 인증제도의 개선이다. 현행 유기축산물 인증기준은 축산사양과 축사시설 등에 주안점을 둔 '축산법'에 기반하고 있다. 그래서 소규모 가족농은 실천하기 어려운 조항들이 있어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에 유기농업은 환경보전이 목적으로 되어 있는데, 유기축산은 앞의 두 법률을 적용받게 되어서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유기축산은 유기농업의 취지에 맞게 인증기준이 보완되어야 한다. 소규모 축산농가로서 순환농업을 목적으로 유기축산을 하려고 하는 농가에 한해 미리 등록을 받아 간편형 인증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유기가축 두당 넓은 축사의 시설면적은 '축산법시행규칙'을 준용하고 있는 데, 이는 동물 건강 및 복지와 관련된 것이다. 소규모 순환농가의 경우에는 자연환기와 햇빛이 제공되는 깔 짚 축사구조인 경우 시설면적을 축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질병의 발병 이전에 내병성 강한 축종 선택, 면역력과 자기치유력이 향상될 수 있는 사양 관리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유기사료 자급 재배면적 확보도 강제할 필요성이 낮다. 왜냐하면 소규모 순환농업에서 유기사료는 기본적으로 유기경종농업의 부산물을 사료와 조사료로 급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축분뇨배출시설설치허가증 또는 신고대상배출시설설치신고증 비치 조항도 개선되어야 한다. 소규모 순환농업에서는 축분뇨를 농장 외부로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 등을 이용한 자연발효, 유기볏짚 등 유기자원 깔개로 발효하여 퇴비화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축분뇨처리시설이 불필요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순환농업을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축산농가에 대해서는 ‘인증제’대신 ‘표시신고제’를 도입하여 품질을 보증해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제2자 인증인 PGS(참여보증제) 또는 자주관리인증제도 검토할 수 있다. 아울러 소규모 순환농업이 갖는 ‘다원적 농업’에 대한 검증을 거쳐 이를 유기축산물 인증기준에 담아내는 병합인증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관련법 개정해 진입장벽 낮춰야

둘째는 가족농이 경축순환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초기전환비용을 보상함으로써, 무농약농산물 및 무항생제축산물 인증 농가가 ‘유기’ 경축순환농가로 전환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귀농인, 고령부부, 소규모 가족농이 경종과 축산에서 동시에 유기인증을 취득한 농가에 대해서는 ‘소규모경축순환농업직불제’를 지급하여 장려할 수 있다. 한편, 임차농가가 후경농지에 사료작물 재배하도록 지원하고, 유휴경지에 겨울 녹비작물 재배로 토양비옥도 증진과 사료용 겸용으로 윤작을 유도한다. 쌀 과잉생산이 문제가 되는 농지에서는 벼 대신에 유기사료용 작물 재배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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