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13개의 우리나라 고유 산줄기인 ‘정맥’이 우리나라 국민에게 주는 산림혜택은 연간 2조9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정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낮고, 정맥인근의 훼손도 심각한 상황. 최근 정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인지도 낮고 산림혜택 저평가
800개소서 대모 훼손 발견돼


백두대간은 1개의 정간(장백정간)과 13개의 정맥으로 이뤄져 있다. 정맥에는 ‘한북정맥’, ‘한남정맥’, ‘낙동정맥’ 등이 있는데, 이들 정맥 주변에는 2200만명(91개 시·군)이 거주하고 있다. 백두대간 주변의 인구수 215만명(32개 시·군)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임업계가 정맥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그럼 정맥의 산림혜택은 얼마나 될까.

국립산림과학원이 한국임학회, 한국환경생태학회 등과 함께 2009년부터 수행한 ‘백두대간과 정맥의 산림자원 실태와 변화조사’에서 정맥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산림혜택이 연간 2조9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수도권 북부지역을 가로지르는 ‘한북정맥’의 연간 산림혜택은 1조5335억원으로 가장 높게 평가됐다. 한북정맥 주변에 삶의 터를 가지고 있는 국민 1인당 12만원 가량의 산림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낙동정맥(강원 태백 구봉산~부산 다대포 몰운대)이 2200억원, 한남정맥(경기 안성 칠장산~경기 김포 문수산)이 1543억원으로 한북정맥의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산림혜택에도 불구하고, 정맥에 대한 관심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과학원 등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총 41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백두대간을 알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7.7%가 ‘있다’고 답한 반면, 정맥은 31.9%만이 ‘알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맥을 모른다’고 대답한 비율도 68.1%에 달한다. 산림청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 국민의 2/3가 백두대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반면, 정맥들에 대해서는 국민 1/3 이하만 인식하고 있어 정맥들의 실질적 산림혜택이 상당히 저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정맥이 도로, 공원묘지, 골프장, 채광·채석 등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는 것. 정맥 인근에서 대규모 훼손이 발생된 곳만 800여개소 이상이다.

‘백두대간과 정맥의 산림자원 실태와 변화조사’에 참여한 권진호 산림과학원 연구관은 “우리 역사와 함께 백두대간과 정맥이 지역 주민의 새로운 삶의 방식과 산림구성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정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은 물론 지속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지역주민과 학계, 관련기관과의 ‘균형잡힌 산림 관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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