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 수급대책 ‘뒷북’

▲정부와 농협이 산지폐기를 단행한 3월 셋째 주의 마지막 경매일인 17일 밤 9시께 가락시장 경매장에 청양고추가 들어오고 있다.

청양고추 가격 폭락과 관련해 정부의 대책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파종기에 면적이 늘어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고, 이는 출하초기부터 문제가 예견됐다는 것. 이에 더해 뒤늦게 진행된 산지폐기 물량도 너무 적어 시장에선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2월부터 시세 하락 시작해 지속 내리막 ‘사상최악’
재배면적 늘고 작황 좋아 물량 늘었지만 소비 주춤

정부·농협 뒤늦게 대책 총 140톤 산지폐기대책 마련
전국 시장 출하량 하루치 불과…“실효 의문” 목소리


▲청양고추 상황 및 전망은=청양고추의 시장 시세는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이다. 3월 1일부터 20일까지 17일간(시장 휴무일 제외) 가락시장에서의 청양고추 10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2만6438원이었다. 평년 3월 평균 도매가격인 6만4753원과 지난해 3월 도매가격인 6만1551원보다 한참 못 미치는 바닥세가 형성돼 있다. 더욱이 이달 초 3만원대 초반이었던 시세가 20일 2만2469원이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시세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녹광 고추, 피망 등 타 작목의 낮은 시세로 인해 청양고추로 작목 전환이 많이 일어 청양고추의 재배 면적이 크게 증가했고, 올 겨울 평년을 웃도는 기온으로 작황도 좋았기에 물량이 불어난 것도 원인이 됐다. 이에 더해 외식 수요가 강한 청양고추의 소비 특성상 올 겨울 AI(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의 가축질병 발생에 어수선한 시국 상황이 더해져 외식 수요가 위축된 것이 청양고추 시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기온이 오르며 물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소비를 늘릴 특별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녹광, 피망 등 청양고추 이외 고추류 시세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도 청양고추 시세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도매시장의 한 경매사는 “너무 상황이 좋지 않다. 섣불리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워낙 외식 경기가 안 좋고, 선거철에다 녹광 등 타 고추류 시세까지 하락해 출하량 증가와 맞물려 청양고추의 낮은 시세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우려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너무 늦은 대책, 효과도 떨어져=정부와 농협은 청양고추 폭락이 장기화되자 지난 13일부터 산지폐기에 들어가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포장박스 비용을 포함해 산지폐기 지원액을 10kg에 2만2090원으로 책정, 지난 13일부터 산지폐기에 들어갔다. 총 폐기 물량은 140톤으로 잡았다. 또 농협하나로마트에서의 청양고추 반값 특별 할인행사, 대국민 소비촉진 캠페인 전개 등의 대책도 내놓고 있다.

대책을 받아들이는 산지와 시장에서의 반응은 냉랭하다. 무엇보다 대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지적이다. 재배 면적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파종기 때 예고됐고, 12월 초 초도물량이 나올 시점부터 시세는 계속해서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1월 가락시장에서의 청양고추 평년 도매가격은 20kg 상품 기준 9만8852원이었는데 올 1월엔 3만9535원, 평년 2월 시세는 12만5769원이었는데 올 2월엔 2만9464원 등 이미 겨울철부터 문제는 불거졌다.

경남 밀양의 한 청양고추 작목회장은 “12월부터 시세는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1월 지나고 2월도 지나 3월 중순이 돼서야 정부와 농협 대책이 나왔다. 늦어도 너무 늦었고 더욱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선 발표도 안하고 농협만이 대책을 발표했다”며 “뒤늦은 보여주기 식 대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대책에 대한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산지폐기 물량인 140톤은 전국 시장 출하량의 하루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극히 일부 양으로 산지폐기로 인한 시세 반등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산지폐기가 진행된 13일 이전 3월 둘째 주 일주일간 평균 시세가 2만원 후반대였던 반면 13일 이후 시세는 2만원 초반대로 시세가 오히려 꺾였다.

도매시장의 한 경매사는 “140톤이면 정말 얼마 안 되는 양이다. 전국 하루 물량, 많아야 이틀 출하 물량밖에 되지 않는다”며 “산지폐기로 인해 시세가 반등할 개연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지금 상황뿐 아니라 여름에 나올 강원권도 재배 면적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단기 대책을 넘어 중장기 대책이 필히 마련돼야 한다”며 “단순히 청양고추 한 품목을 볼게 아니라 작목 전환이 가능한 타 고추류를 비롯해 과채류도 동반 점검이 필요하다. 앞으로 또 어떤 품목이 올해의 청양고추가 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농협에선 “추가계획은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산지와 시장 반응을 보고 추가 대책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농식품부에선 “소비에 중심을 두고 청양고추 문제를 풀면서 추후 대책은 시세 추이를 지켜보겠다. 농협과 협의를 통해 중장기 대책도 구상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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