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또다시 언론에 휘둘려 엉뚱한 수급대책을 내놨다. 한동안 잠잠하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재발하자 일시적으로 닭고기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언론은 이를 놓치지 않고 ‘닭고기가격 30년 만의 최고’, ‘AI 여파로 닭고기 산지가격 역대 최고’ 등의 제목으로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 제목만 보면 마치 국내 닭고기 가격이 폭등해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실제 기사가 쏟아진 날의 산지 육계 가격(대닭/kg당)은 2300원으로, 복 시즌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관련 협회 직원이 언론에 설명을 돕기 위해 한 말을 확대 해석한 것이었다. 

언론의 자극적인 닭고기 가격 관련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도배되자 농식품부가 급박하게 닭고기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4월초부터 수입산 닭고기에 현행 관세 18~22.6%를 한시적으로 0%로 낮추는 할당관세를 적용한다는 계획이었다. 할당관세를 적용하면 300원가량 수입단가를 낮춰 국내 닭고기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같은 수급안정 대책이 발표되자 생산자 단체들은 강하게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계란 수급이 불안정했을 때 미국산 계란에 할당관세와 비행기 운송료까지 지원하며 국내에 들여왔는데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아 원가 이하에 판매된 사례를 들며 강하게 농식품부를 비판했다. 

게다가 수입산 닭고기는 전량 냉동육으로, 가공육의 원료가 되거나 치킨프랜차이즈에 납품하는데 생닭을 구매하는 국내 소비 패턴 상 소비자 물가와는 연관성도 낮았다. 이 같은 비판으로 인해 농식품부는 결국 수입 닭고기에 할당관세 적용 계획을 철회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농식품부의 이번 대응이 몹시 아쉽다. 자극적인 농식품 물가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에 휘둘려 설명과 업계와의 대안 모색보다는 수입을 먼저 생각하는 농식품부의 태도다. 일시적인 공급 부족 현상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땐 국민에게 원인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 쉽게 해결되지만, 한 번 열린 수입문을 다시 닫기 위해선 많은 기회비용이 든다. 농식품부가 또다시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부디 같은 실수를 반복치 말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길 바란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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