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중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가난과 배고픔을 극복하고자 녹색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주식인 쌀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쌀의 대량생산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으로 인하여 쌀의 자급율을 100% 달성하게 되어 밥걱정이 사라지게 되었다. 밥을 먹지 못해 물로써 배를 채우거나 초근목피로 끼니를 때워야했던 시절이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대단한 성공이다. 더욱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초강대국 중 하나였던 (구)소련이 붕괴된 이유 중의 하나가 농산물 유통의 실패로 인한 농업문제라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의 농업정책은 가히 칭찬할 만하다. 이와 같이 배고픔을 사라지게 한 농업정책의 성공과 함께 부자농업인을 목표로 하는 농업정책이 적극적으로 전개되면서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기계화, 상업화, 시설화 등으로 대변되면서 대량생산과 고부가가치의 실현을 통한 부자농업인과 부자농촌이 목표가 된 것이다. 

농업 외 소득 높여 농가소득 제고

매우 합리적인 정책이었다. 그러나 자유무역체제의 도입과 함께 시장개방이라는 높은 장벽에 부딪히게 되면서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적지 않은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로서는 적은 규모와 한정된 토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양과 가격은 외국산 농산물의 국내시장 잠식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농업소득 증대를 통한 부자농업인, 부자농촌의 실현이 임계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농업외 소득 증대를 통한 농가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부자의 길을 실현하게 하는 목표를 수립하게 된 것이다. 농업소득 증대를 위한 방안으로서 대표적인 정책이 농촌관광의 도입이었다. 농업정책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농업외소득 증대를 위한 농촌관광을 전국 농촌에 보급하기 위하여 정부는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과 함께 다양한 제도를 수립하는 등 농촌관광의 성공을 위하여 매우 적극적인 농업정책을 전개하였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다양한 형태, 다양한 방식으로 농촌관광을 도입시켜 전개하였지만, 성공적인 농촌관광마을은 소수에 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면, 이러한 비참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천편일률 농촌관광 정책 '실패'

농촌관광은 농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관광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농촌관광의 필수적인 조건은 농촌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유무형의 자산과 지역사회 및 지역주민들의 참여의지이다. 농업은 그 다음에 있는 충분조건인 것이다. 농촌에는 다양한 유무형의 자산이 존재하고 있다. 아름다운 경관, 산과 강/냇가로 대변되는 자연환경, 역사, 문화, 전통, 토착지식 등이 바로 유무형의 자산인 것이다. 이러한 유무형의 자산은 외지의 사람들을 그 지역으로 불러들이는 요인이 된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유무형의 자산이 있는 지역사회 및 지역주민들의 참여의지인데, 아무리 뛰어나고 독특한 유무형의 자산이 존재할 지라도 지역사회 및 지역주민들의 참여의지가 없다면 외지 사람들을 불러올 지라도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지역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꾸준할 수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기에 유무형자산의 다양성과 풍부함은 농촌관광의 가장 선결요건이고, 이 두 가지가 만족되었을 때 바로 외지인들이 찾게 되고, 만족을 느끼면서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게 되면서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에 관심을 갖게 되는 등 농업이 충분조건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농촌관광의 성공적인 사례는 유럽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오스트리아의 레자흐탈이라는 곳이다.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훌륭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으면서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노력이 뛰어난 곳이다. 물론 이곳도 처음부터 농촌관광이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주민들이 각성을 하면서 참여와 배려, 협동의 길로 들어서면서 성공하게 된 것이다.  

각양각색 농촌 지역 개성 살려야

농업정책의 성공은 정책목표의 설정이 현실 여건을 제대로 진단하여 문제의식과 더불어 정책목표를 제대로 세웠을 때 가능하다. 드넓은 평야가 있는 지역은 농업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이 주가 되어야 할 것이고, 평야가 없으나 산과 강이 많은 지역에서는 농업외 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이 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인 상식을 외면한 채, 즉, 지역의 여건, 기능, 역할에 관계없이 천편일률적인 정책을 모든 지역에 적용하여 예산을 배분한다면, 그 정책은 실패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정부의 특정정책을 전국의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하게 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어떤 특정지역을 위한 수재발굴의 선택과 집중의 원칙의 적용이 아니라 모든 지역이 나름대로 잘할 수 있는 재능발굴을 통한 부자가 되기 위한 순리를 찾아내어 정책에 적용하자는 의미이다.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농촌발전의 길인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그 기능과 역할이 있기에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그들과 공생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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