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만~200만원까지…맘 편히 농사

▲ 지난해 화성시 장안면에서 열린 ‘화성쌀축제’ 현장에서 채인석 화성시장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화성시는 경기도에서 농지면적(2만5000ha)과 농업인수(8만4000여명)가 가장 큰 중요농업 지역이다. 더불어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농이 공존 상생하는 도농 복합시의 위용도 갖추고 있다. 이에 시는 ‘농업인 월급제’를 비롯 로컬푸드사업, 학교급식사업 등 다양한 정책 개발과 도입을 통해 도농 상생의 지역경제시스템을 구현, 농업인과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화성시가 2013년 전국 최초로 시행한 ‘농업인 월급제’는 성공한 농업정책으로 큰 호평을 받으면서 타 지자체로 속속 확산 중이다.


■농업인월급제 도입
순천·나주 등 타 지자체 도입 확산
정부·국회도 제도적 뒷받침 나서


농업인 월급제는 가을철 수확기까지 수입이 없는 농가에 월 3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1월부터 10월까지 지급하고 11~12월은 설 명절, 추석에 맞춰 상여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화성시가 농가와 출하약정을 맺은 미곡종합처리장(RPC)이나 농협, 원협, 협동조합 등에 매년 1월 초 예상 수매자금 일부를 지급하고, 이를 지급받은 조합 등이 받은 돈을 농가에 지급하는 체계다. 시는 대다수 농가가 추수기 이전에는 농협 등 금융기관에서 융자를 받아 영농비나 교육·생활비 등을 충당하고 수확 후 이를 갚느라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을 끊고자 이 제도를 마련했다. 농가는 수확 후 상환해야 할 대출이자가 없는 데다 자녀들의 학비나 생활자금을 계획적으로 지급할 수 있어 생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효과를 낸다. 농민에게 지급된 ‘월급’은 조합 등에서 수확기 농산물 수매 시 원천적으로 징수해 미상환 여지도 거의 없다.

화성시는 이에 따른 이자를 지원한다. 시행 첫해인 2013년에는 수도작 36농가에 3억6000만원을 지급했으나 농가들의 큰 호응으로 매년 사업을 확대해 지난해 118농가 18억700만원을 지원한데 이어 올해에는 151농가로 늘렸다. 2014년부터는 품목 범위를 채소·과수와 화훼농가로 확대했다. 농업인 월급제 지원 우선순위는 학자금 부담이 많은 다자녀 농업인과 고령농업인으로, 적은 금액의 기초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신청하는 농업인, 농협 등을 통한 계통출하 실적과 기간이 많은 농업인이다.
화성시는 농업인 월급제의 원활한 실시를 위해 ‘농업인월급제 운영협의회’를 구성해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화성시 장안면에서 6만6000㎡ 규모의 벼농사를 짓는 김근영(48)씨는 “3년 전부터 농협RPC를 통해 가을걷이 뒤에 받을 수매대금을 1년치로 나눠 매달 100만원씩 월급처럼 받고 있다”며 “매달 고정적으로 돈이 들어오니 생활이 안정되는 것은 물론 빚을 지지 않고 마음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이자 등 금융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어 가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농업인 월급제가 큰 호응을 받자 전국 지자체들도 앞 다퉈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2014년 전남 순천에 이어 나주·강진·장성·진도, 전북 완주·임실·진안 등이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지난해에는 충북 청주시가, 올해에는 경기 안성시와 충남 당진군이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자 국회와 농식품부도 지자체들의 제도 도입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제화를 마련했다. 지난해 7월 위성곤 국회의원(민주·제주 서귀포)은 ‘농업인 월급제’ 시행을 위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농어업인 삶의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농산물대금 선지급제’라는 명칭으로 ‘농업인 월급제’를 포함시켰다. 오는 6월 3일부터 시행되는 특별법 제19조 2항에 ‘지방자치단체는 농산물대금 선지급제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사람이 먼저라는 신념으로 도입한 농업인 월급제가 이제는 전국 농민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큰 제도로 성장했다”며 “농번기에 농업인들이 영농자금, 학자금을 빌려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 악순환을 끊고 불안정한 소득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 경제적 안정을 찾아주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업인 월급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는 지적이다. 흉년이 들거나 실농할 경우 미리 받은 월급이 고스란히 빚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다 많은 농업인들이 혜택을 보기 위해선 예산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흉년이 들 경우를 대비한 농가부담 완화 대책이나 지자체의 예산지원 방안 등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산자-소비자 모두 만족…매년 확장
■로컬푸드 시스템 확대 구축

도농복합시 장점 제대로 살려
지속가능 거래 모델 자리매김


화성시가 2014년 4월 봉담읍에 첫 개장한 로컬푸드 직매장이 소비자들의 큰 반응에 힘입어 매년 매장을 확대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지속가능한 농산물 거래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1호 매장인 봉담점이 문을 연 2014년 첫해 지역 농민 300명이 참여해 매출액 20억원을 찍었다. 지난해와 올해 2호점인 동탄 능동점과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휴게소에 3호점이 문을 열면서 개장 이후 매장을 찾은 이들은 모두 60만명을 넘어섰다. 3개 매장의 매출액도 지난해 말까지 약 128억원에 이른다.

도농복합도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화성시 로컬푸드직매장은 포장은 물론 매장 진열까지 생산자가 직접 한다. 특히 신선 농산물의 당일 수확·당일 판매 원칙과 생산자와 출하일자, 생산지역을 확인할 수 있는 라벨을 붙이는 실명제로 운영하고 있다. 각 매장에는 1일 450여 농가가 농축산물, 가공품 등 350여 품목을 진열 판매하고 있다. 올해 태안농협 기배지점, 동탄 금곡점, 동화점, 발안농협점 등 4개 매장을 개장하고 내년에도 동탄에 3개 매장을 개설하는 등 모두 10개소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소비자 수요에 맞는 농산물 기획생산체계를 구축하고 농민 가공상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박상률 시 로컬푸드팀장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일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 이용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리와 교육을 통해 건강한 밥상이 차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화성시는 11만5000여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향남읍 도이초교 급식시간.

신선·안전하게…학생 ‘건강밥상’ 제공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공공물류 조달시스템 구축
올해 543억 투입 무상지원


화성시가 학생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건강밥상 제공을 위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공공조달체계를 구축해 주목받고 있다.

시는 지난 2012년 3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발족하고 농산물유통사업단을 만들어 계약 재배된 농산물을 수집, 학교까지 배송해 왔다.

그러다 2015년 농산물유통사업단을 (재)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공공물류 조달 시스템을 구축했다. 푸드지원센터는 산지에서 수집한 농산물을 저장하는 냉동실과 저온저장실, 안전성 검사실을 갖추고 있다. 학교 배송작업은 관내 운송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학교급식에 필요한 쌀과 각종 농산물은 직접 관리한다. 화성시는 올해 모두 543억여원을 들여 275개 유치원·초·중·고교 11만5750명의 학생들에게 양질의 급식을 무상 지원하고 있다.

김조향 시 학교급식팀장은 “친환경 농산물 비율을 높이기 위해 학교에 고시가격 대비 차액 지원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경작부터 유통까지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응구 화성시 농정과장
“100억까지 기금 마련 월급 받는 농가 확대”

 

화성시는 30% 가량이 영세농업인이다. 이로 인해 일년 동안 가을 수확기에만 수입이 생겨 정기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자녀교육비, 생활비 등은 농협 대출금이나 개인채무 등으로 우선 충당하고 농산물 수확 후 판매소득으로 변제함으로써 부채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농업인 월급제’를 전국 최초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월급제가 농업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대상도 벼 재배농가만이 아니라 과실류, 채소류, 버섯 등을 학교급식용으로 납품하거나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하는 농가로 넓혔다.

월급을 받은 농업인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특히 다른 지자체에서는 농협에서 이자를 보전하는 식으로 월급제를 시행하는데 우리는 시 예산으로 이자까지 지원, 원금을 회수하고 있어 농가부담도 없다. 앞으로 ‘주민소득지원 조례’에 의한 기금을 100억원까지 확대 조성해 더 많은 농업인들이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화성시에는 6곳의 신도시가 있고 신도시 주변, 커뮤니티센터, 복지센터처럼 관공서가 들어가는 곳에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장할 계획이다. 도농복합시의 장점을 살려 신선한 우수 농산물을 중간 마진을 빼고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하는 직거래 시스템 확충에 적극 나설 것이다.

시는 경기도 내에 독자적인 학교급식지원센터와 (재)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를 갖추고 있다. 계약재배농가와 로컬푸드 직매장을 기반으로 관내 모든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 위주의 로컬푸드를 공급, 학생들의 건강한 밥상 제공과 농가 안정 수익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화성=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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