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닭 등 가금류 재입식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며 농가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방역을 이유로 가금 이동제한 해제가 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계 농장 4개월째 농장 소독·청소 반복
일부 지자체 이동제한 해제 눈치보기 급급
방역대 내 농가 정밀검사로 지연돼 발동동 


지난해 11월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경기 이천의 한 산란계 농장은 4개월째 농장 소독과 청소를 반복하고 있다. 사육하던 산란계 16만수 모두를 살처분 매몰해 수입이 모두 끊겨 직원 5명 중에서 2명도 내보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AI 확산방지를 이유로 이동제한을 해제하지 않아 재입식을 위한 준비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농장주에 따르면 재입식을 위해선 환경 검사와 분변 검사, 입식 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최소 40일에서 최대 60일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 이동제한이 해제되더라도 빠르면 5월 중순에나 병아리 입식이 가능하다. 또 입식한 병아리가 성장해 계란을 생산하기까지는 적어도 150일가량이 소요되는데 10~11월에나 본격적으로 계란 출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이동제한을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해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천의 산란계 농장주는 “지자체에 이동제한 해제 일시를 물어봤지만, 주변 지자체가 이동제한 해제를 하지 않아 고민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또 농식품부 측은 이동제한 해제는 지자체의 재량이라는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이동제한을 해제하지 않고 있어 농장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지금 재입식 준비를 하더라도 농장 정상화가 올 11월에나 가능한데, 이 시기는 또 AI가 발생하는 시기인 까닭에 정부가 최대한 이동제한을 빠른 시일 내에 해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측은 방역대 중 절반가량에 대해 이동제한을 해제했고, 나머지도 4월 초 내에 해제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또 방역대 내 농가들을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이동제한 해제가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에는 방역지역 이동제한 해제 일시와 관련해 ‘살처분·폐기 후 소독조치가 끝나는 날부터 21일이 경과된 후 발생지 안의 분변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날’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경기도 측은 추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여기에 정밀 검사 기간 10일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방역대 내 이동제한 해제일은 최종 발생일로부터 21일이지만, 자체적으로 정밀검사 기간 10일을 더해 총 31일이 소요된다”면서 “경기도 내 총 60개 방역대 중 현재 29개가 이동제한이 해제됐고, 31개가 남아있는 상황으로 빠르면 4월 초에 모두 해제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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