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 무역질서 재편의 틀이 될 WTO 뉴라운드 제4차 각료회의가 9일부터 13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다. 1999년 미국의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합의에 실패한 지 2년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는 우리 농업의 사활이 걸려 있는 중요한 기로라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우리 농업이 사느냐 죽느냐가 뉴라운드 협상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이번 각료회의에서는 시장접근 수준의 개선, 수출보조 감축, 국내보조 감축 등 3대 협상분야와 비교역적 관심사항(NTC)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들 의제를 놓고 우리 나라와 일본 등 농산물 수입국과 미국 호주 등 농산물 수출국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농산물 수출국들은 농업보조금 철폐 또는 삭감, 관세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농산물 수입국들은 점진적 농업시장 개방을 주장하고 있다.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UR 협상의 실패를 거울 삼아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저지하고 관세감축과 국내 보조금 감축 등을 최대한 막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지혜와 힘, 그리고 범정부적 차원의 대응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번 협상 대표들이 농촌개발, 식량안보, 환경보전 등 농업의 비교역적 특성 내지 다원적 기능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실현하고, 농가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각종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부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함은 물론이다. 특히 이번 뉴라운드 협상에서 간과해선 안되는 것은 쌀 협상문제가 UR 협정대로 2004년 이전엔 불거져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올해 대풍 속에서 쌀 수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농민들의 어려움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쌀 협상문제가 논의된다면 농민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자극하게 될 것이다.특히 지난 UR 협상에서 타결된 농업협정문 해석과 관련 “2004년 이후 쌀 개방은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관세화 된다” 는 논란에 대해 정부가 아직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이번 협상에 임한다면 정부가 쌀 산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정부 협상대표단들은 농산물 수입국과 공조,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UR 협상의 재판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농민단체는 물론 국내 모든 시민 사회단체들도 굳건한 연대를 통해 협상단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도록 감시와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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