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사과농사 아버지 따라…사과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 ‘애플아일랜드’를 꾸려가고 있는 장혜연·장청일·송기명(사진 왼쪽부터) 가족. 이들은 서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골라 분업화 된 맞춤형 경영을 해 나가고 있다. 뒤로 보이는 조형물은 ‘소녀와 사과나무’로 이곳의 랜드마크다.

한적한 농촌 풍경 아래 빨간 사과처럼 예쁜 카페가 눈에 띈다.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에 위치한 ‘애플아일랜드’. 1만3000여㎡ 사과 밭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송기명(50), 장혜연(49) 부부의 꿈과 희망이 집약된 곳이다. 이들 부부는 농산물 판매장인 이곳을 소비자와 소통하며 작은 사과에 큰 가치를 더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돈 모으기부터 발로 뛰며 완성
카페 곳곳에 딸 아이디어 반짝 
예쁘게 포장된 사과 선물세트 눈길
품종별 다양한 맛 알리기 앞장
“이제는 소비자가 먼저 찾아요”


‘애플아일랜드’의 시작은 장혜연 씨의 아버지(장청일·76)가 20여년 전 일신농원이란 이름으로 사과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어머니가 갑작스레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아버지 일을 돕게 된 장혜연 씨는 사과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농산물 판매장과 체험장을 준비했다. 10년 가까이 ‘생각하고 메모하고 정리, 평가, 분석’하며 만들어 낸 곳이 지금의 ‘애플아일랜드’다. 그의 남편인 송기명 씨는 경기도 화성에서 재활용 사업을 하다 2015년 농산물 카페 개장과 함께 이곳으로 합류했다. 개장을 몇 달 앞두고 장혜연 씨의 아버지가 간암 판정으로 건강이 악화돼 내려진 결정이다. 본격적인 가족농 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애플아일랜드’ 운영은 규모화나 시설화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잘 할 수 있는 일로 분업화 돼 있는 것. 총감독인 아버지 장청일 씨는 20년 사과 농사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조경 등 농장 환경 개선을 담당한다. 그의 남편 송기명 씨는 사과 생산과 농작업 기술개발, 마케팅 활동을, 장혜연 씨는 농산물 카페 및 체험활동 운영, 고객 관리, 레시피 개발 등을 담당한다.

장혜연 씨는 “시대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생산만 해선 판매가 힘들 것이라 생각해 농산물 카페를 만들게 됐다”며 “돈을 모으는 단계에서부터 하얀 도화지에 스케치 하듯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고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해 나갔다”고 말했다.

▲ 농산물 카페 내부 모습. 벌집 모양을 한 장식장이 눈에 띈다. 사과가 열리기 위해선 벌이 필요하다는 것에 착안한 장혜연 씨 아이디어다.

‘애플아일랜드’는 정부 보조금 없이 장혜연 씨가 직접 발로 뛰며 완성한 공간으로, 구석구석 그의 아이디어가 배어있다. 카페 안 벌집 모양의 장식장도 그의 아이디어다. 사과가 열리기 위해선 벌이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작품이다. 이 때문에 농산물 카페를 찾은 고객과의 소통도 더 잘 이뤄진다.

장혜연 씨는“봉지 째 많이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농장에서 직접 판매하지만 이곳에선 예쁘게 소포장된 사과를 판매하고 있다”며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며 농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맞춤형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애플아일랜드’는 여러 품종을 재배해 소비자들에게 사과의 다양한 맛을 알리고 있다. ‘홍로’와 ‘시나노스위트’, ‘히로사끼’, ‘후지’ 등이 이곳에서 자라는데, 품종에 따라 수확 작업이 분산돼 일손 부족 문제도 해결했다. 또 사과 수확시기에 열리는 체험교육은 ‘180일 사과의 일생’을 주제로 한 알의 사과를 먹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알찬 프로그램을 위해 체험교육은 항상 예약제이며 하루 한 팀 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장혜연 씨는 “우리 농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겐 항상 사과 품종에 대해 알려주며 먹는 방법과 어떤 맛이 나는지를 설명 한다”며 “이제는 품종 이름을 말하며 사갈 정도로 사과에 대한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과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 부부의 노력은 농협대학의 농업경영사례 발표에서 두 차례나 최우수상을 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애플아일랜드’의 사과 선물세트. 부담 없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소포장 사과도 판매한다.

그의 남편 송기명 씨는 “가족이니까 농사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고 거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족이 함께 있으니 항상 부지런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라며 “앞으로는 손재주가 있는 마을 주민과 연계해 체험 프로그램을 더 다양화 시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장혜연 씨는 ‘애플아일랜드’가 “농촌에 희망을 주는 맞춤형6차산업”이라고 자부한다. 포천의 작은 마을에서 가족 구성원이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맡아, 소비자 취향에 맞는 사과를 생산해 내니 꼭 들어맞는 말이다. 말 그대로 ‘애플아일랜드’가 가족농을 넘어 농촌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경영체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애플아일랜드를 선물하세요."
‘애플아일랜드’의 사과 선물세트는 특별하다. 조합에서 일괄 구매한 기존 사과 상자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엔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남편과 아이디어를 냈다. 어릴적 먹던 과자 종합선물세트처럼 사과 선물세트를 꾸며보기로 한 것이다. 사과 선물은 주로 명절에 주고받기 때문에 차례 상에 올릴 사과만 넣고 나머지는 사과쿠키와 사과칩, 사과쥬스 등으로 선물세트를 채웠다. 상자를 열기 전엔 ‘무엇이 들었을까’, 상자를 열었을 땐 ‘무얼 먼저 먹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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