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사는 언니들 불러 모아…6차산업 도전 ‘현재진행형’

 

수년 전 온라인 마케팅 앞장 
복분자에 아로니아·오디까지…
한 발 앞선 도전에 시행착오도
체험·가공장 갖춘 힐링파크 조성
농가맛집 운영까지 함께해 든든​


연간 방문객 4만명, 연매출 10억원. 고창 베리팜의 지난해 성적표다.

복분자와 아로니아 등 이른바 ‘베리류’가 한때 고소득 작목으로 각광 받았지만, 최근 가격폭락 등 시장상황이 나빠진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비결은 무엇일까.

고창 베리팜을 운영하고 있는 오영은(52)·박재숙(48) 씨 부부는 지난 2005년 전북 고창으로 귀농, 이듬해부터 복분자를 재배했다. 고창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고추와 양파, 배추 등을 재배했는데, 한마디로 답이 없더라고요. 고민하던 차에 고창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을 받고 복분자 재배를 결심했죠. 마침 고창은 복분자가 특산품이고, 농협이 수매를 해주니까 안정적이라고 판단했어요.”

오씨 부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마케팅에 힘을 쏟았다. 당시 농협 수매가는 킬로당 6300원 수준이었지만, 직거래는 1만원을 호가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마케팅에 공을 들인 쪽은 부인 박재숙 씨였다. “처음엔 장터나 홍보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그런데 안 팔리는 거예요. 상대적으로 고가인 우리 상품과 장터는 맞지 않았던 거죠. 아마 복분자 슬러시 음료를 팔았다면 대박이 났을 텐데 당시엔 그걸 몰랐죠.”

지역아카데미의 조언으로 시작한 블로그 마케팅은 약 7개월이 지나자 점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오씨는 목요일마다 서울 성내농협에서 열리는 장터 판매를 멈추고, 부인 박씨에게 복분자 판매를 일임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 온라인 판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더라고요. 컴퓨터만 있으면 되니까. 당시에는 온라인 교육이 없어서 사진과 동영상, 키워드까지 파워 블로그를 무조건 따라하는 게 일이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 고창편에 소개되고, 건강프로그램에도 베리류가 조명되면서 블로그 마케팅이 빛을 발하게 됐죠.”

하지만 복분자 시장은 점점 과열됐고, 이후 대체작목으로 선택한 아로니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오씨 부부는 원액과 분말 등 베리류 가공에 발 빠르게 나서 어려움을 극복했다. 현재 인근 100여 농가를 규합해 베리팜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생산된 아로니아를 100% 수매할 정도로 성장했다.

 

고창 베리팜은 남들보다 한발 앞서 가다보니 성공하기도, 때론 실패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복분자 원액은 1.8리터 용기만 있었어요. 냉장고에 넣기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1리터 용기로 바꿨더니 말 그대로 대박이 났죠. 지금은 1리터가 보편화 됐어요. 반대로 실패한 경우도 있는데, 복분자와 아로니아, 오디를 합쳐 미인베리즙이란 상품을 만들었는데, 예상과 달리 인기가 없더라고요. 성분이 좋은 원료를 넣으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한 게 오판이었죠.”

오씨 부부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체험장과 판매장은 물론 카페와 농가 맛집, 숙박시설, 가공공장 등을 겸비한 ‘베리팜 힐링파크’를 조성했다. 차별화 전략으로 6차산업화를 선택,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6차산업의 완성으로 불릴 만한 힐링파크 조성은 가족의 힘이 원동력이 됐다. 2010년 박재숙 씨의 큰언니 박문자(60) 씨 내외가, 2014년 작은언니 박재순(54) 씨와 조카 유보람(29) 씨가 고창 베리팜에 합류했다.

“차별화를 위해서 6차산업은 필수라고 생각했고, 공격적인 투자를 했어요. 그런데 농촌은 일할 사람이 없는 게 문제잖아요. 그래서 언니들을 제가 꼬셨죠(웃음). 도시에서 힘들게 고생하지 말고 고창에서 함께 농장을 운영하자고요. 지금은 언니들이 있어서 든든해요.”

현재 큰언니 박문자 씨 내외가 농가 맛집을 운영하고 있고, 작은언니 박재순 씨가 판매장과 숙박을, 조카 유보람 씨가 체험을 담당하고 있다. 가족 간의 역할분담으로 오씨는 생산과 가공에 전념하고, 부인 박씨는 판매 및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오씨 부부는 가족의 힘으로 베리팜 힐링파크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에 가보면 도시민들이 꼭 찾아오는 농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농장이 별로 없잖아요. 이제는 우리도 찾아오는 농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힐링파크가 조성되고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이 늘고 있어요. 우리 생각이 맞아 떨어지고 있는 거죠. 앞으로도 가족들과 힘을 모아나가면 베리팜 힐링파크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해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가족들의 힘이고요.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데 초심을 잃지 말고,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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