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나 한방병원 등에서 제조하는 한약제품의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된 가운데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현행 자율표시보다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어서 주목된다. 한약재 원산지표시는 유통단계에서 의무화됐지만 완제품에 대해서는 그동안 도입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 알권리 충족과 국산 한약재 소비촉진 위해서는 한약재를 이용한 완제품(한약제제)에 대해서도 원산지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다행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월 4일 ‘의약품 등에 관한 규칙’ 개정과 함께 ‘한약재를 원료로 사용하는 의약품 용기나 포장에 원료 한약재의 원산지를 표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도입했다. 즉, ‘쌍화탕’이나 ‘우황청심환’ 등에 황기, 당귀, 감초 등의 한약재 원산지를 표시토록 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규정이 제조업체의 ‘자율표시’ 규정이어서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제도의 실효성 측면에서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한약제제의 원산지표시제 도입은 2010년 국무총리실에서 ‘한약재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제약회사의 반대로 무산된데 이어 18대와 19대 국회에서도 원산지표시법 일부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식약처는 오히려 원산지 표시가 ‘수입산’이란 이미지로 오인될 수 있어 의무화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제조업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원산지표시를 원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정서에 배치되는 것은 물론 식당에서 김치와 쇠고기, 생선류까지 모두 원산지를 표시토록 의무화한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약국에서 쌍화차를 마실 때 원료 한약재가 무엇이고 원산지는 어디인지 알아야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더욱이 한약재 유통이 많은 한의원의 경우 국산 한약재 사용 비중이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원산지 표시 의무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산 한약재의 유통을 촉진시키면서 농가 소득안정과 국내 한약재산업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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