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무역수지 적자 71억8000만달러로 급증
“기대만큼의 효과 의문…객관적 검증 시급” 여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업계에서는 한·미 FTA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이 한·미 FTA를 계기로 우리나라 수입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는데다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 발효 6년차인 올해 한·미 FTA로 인한 농축산업 피해 등도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게 농업계의 생각이다.

2012년 3월 15일에 발효된 한·미 FTA가 올해로 6년차를 맞았다. 그러나 한·미 FTA가 우리나라 시장이 미국산으로 점차 잠식돼 가는 도화선이 된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 9일 발표한 ‘한·미 FTA 5주년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한국 교역의 평균 증가율은 3.5%가 감소한 반면, 한·미 교역량은 1.7% 늘었다고 밝혔지만, 한·미 FTA 발효 전인 2011년에 8.5%였던 미국의 우리나라 수입시장 점유율이 발효 5년차인 2016년에는 10.64%로 2.14%p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불과 0.62%p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대미 무역수지 적자액은 2012년 60억6000만달러에서 2014년 71억8000만달러로 급증했고, 미 무역장벽보고서에서도 2015년 미국이 우리나라에 수출한 농축산물은 2011년 대비 3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1%’란 수치는 미국이 전 세계에 수출한 농축산물 평균 증가치의 7배. 우리나라 농축산물 시장이 미국산에 의해 좌우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업계 안팎에서는 한·미 FTA 5년차를 넘어선 시점에서 한·미 FTA를 객관적으로 검증해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대EU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가 2011년 24억달러에서 2014년 31억6000만달러로 32% 증가했다는 점까지 언급하면서 “한·미 FTA는 물론 여타 FTA의 경제효과에 대한 진정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시급하다”며 “미신이 아닌 과학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왜 FTA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FTA를 하면 언론에는 늘 ‘제조업 맑음, 농업 흐림’이라고 하는데, 언제까지 FTA와 같은 통상협상에서 농민은 물론, 중소기업, 사회적 약자들이 희생돼야 하는가”라며 “통상정책의 포괄범위는 단순히 수출증대 수준을 한참 벗어나 산업, 금융, 금리, 투자, 농축수산, 검역 그리고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직결된 각종 공공서비스 부문 등에 이르기까지 국민경제의 모든 영역에 이르는 만큼 FTA를 포함한 통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한·미 FTA가 발효된 지 벌써 6년차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이제는 한·미 FTA가 농축산업 분야에 미친 영향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다시한번 관련대책을 점검해봐야 할 때”라며 “한·미 FTA에 이어 한·중 FTA까지 농업강국과의 FTA로 우리나라 농축산물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FTA를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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