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확기를 맞아 요즘 농촌에선 농협과 농민들간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일선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이 적자 운영을 이유로 쌀 매입을 기피하거나 수매가를 대폭 낮춰 매입, 산지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어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지역 농협들은 서로 담합을 통해 낮은 가격에 매입을 추진하고 있어 협동조합 본연의 자세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강원지역 농협들은 자체 수매가를 5만2000원 정도로 정부 수매가인 40kg(조곡기준 1등급 기준) 6만440원보다 낮게 잡았는데, 이 가격은 RPC 운영조합장들이 최근 횡성에서 모임을 갖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전남지역에 미곡종합처리장을 갖춘 농협들도 올해 수매가를 조곡 40kg당 5만3000∼4만5000원으로 결정, 정부수매가보다 낮은 데다 지난해 농협이 사들인 가격 5만6000원선(1등급기준)에도 못미치고 있어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올해 쌀 문제의 심각성은 미곡종합처리장을 운영하고 있는 일선 농협을 중심으로 처음 제기됐고, 급기야 전 농민단체로 파급돼 농정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됐다. 이에 정부가 쌀값 안정 추가대책을 발표하면서까지 쌀값 안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이번 대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된 일선 농협들이 오히려 쌀값 하락의 원인 제공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사실 농협과 미곡종합처리장들은 정부가 내놓은 쌀값 안정대책으로 RPC 운영자금 금리가 5%에서 3%로 내렸고, 개소당 운영자금 규모도 13억원에서 18억원으로 늘어났다. 400만석 시가매입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마련하는 1조1400억원에 대해서도 정부가 10개월치 보관료와 이자 8%를 쳐서 994억원을 지원받는다. 농협이 이런 혜택을 보면서도 벼 매입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한마디로 협동조합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농업의 마지막 보루인 쌀 농사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할 시점에 경영상의 이익에 눈이 멀어 오히려 쌀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면 농협의 존재는 의미가 없다.농협이 향후 농민들의 분노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농협은 산지 쌀값을 보장하는 수매 계획을 수립,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농협중앙회는 이 부분에 대해 생색내기식 대책보다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겨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농민과 농협간의 마찰은 해결할 수 없다.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