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 않았던 겨울이 봄철로 접어드는 현 시점의 농산물 생산·유통 현장에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시장 출하량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이에 시세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경기불황에 어수선한 시국 상황, 선거철, 사드발 악화된 중국 관계 등 앞에 놓인 여러 악재까지 겹치면 이 여파는 봄철 내내 지속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고품위는 여전히 높은 시세가 유지되기에 시장에서는 선별 출하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춥지 않았던 겨울 탓 과채·채소류 생산 폭발적 증가
최근 5년 사이 반입량 최다…가격은 연일 하향곡선
고품위는 그나마 높은 가격대 유지…선별출하 필수


▲현 농산물 시장 상황은=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1.6℃로 평년보다 1.0℃ 높았다. 12월은 1.6℃, 1월은 1.1℃ 높아 상대적으로 한겨울 추위가 더 약했다. 저장 위주의 과일을 제외하고 이 시기 본격적인 생육기였던 과채류와 채소류의 생산 물량이 현재 시장에 출하되고 있는 가운에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 3월 1일부터 8일까지 7일간(일요일 제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출하된 물량(경매후)은 과채류의 경우 7866톤에 달한다. 평년값을 산출하는 2012년 이후의 최근 5년간 과채류 물량 흐름을 보면 2012년 같은 기간 과채류 출하량은 5169톤, 2013년 6165톤, 2014년 6617톤, 2015년 6842톤, 2016년 6577톤 등 올해보다 과채류 출하량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

채소류도 마찬가지. 올해 같은 기간 일반채소류의 가락시장 반입량은 3만4316톤으로 2012~2016년 어느 해도 올해 물량보다 많았던 해는 없었다.

시세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평년 시세를 100p로 놓은 가격 표준지수의 경우 3월 3일 107.63p에서 4일 105.79p, 6일 102.19p, 7일 99.01p, 8일 95.56p, 9일 92.67p 등 내리막이다. 생육 초기 태풍 및 강우 피해를 받았던 제주와 남부권의 겨울채소류를 제외하면 하락폭은 더 커 9일 현재 과채류의 표준지수는 73.98p, 열매채소류의 표준지수는 77.41p에 그치고 있다. 

가락시장의 양상국 한국청과 본부장은 “겨울철 기온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개학 이후 소비가 어느 정도 될 것이라고 봤는데 물량도 많고 소비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시세도 주춤해 있다”며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물량이 늘어나니 시장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가격 전망 및 시장 제언=앞으로의 가격 전망도 어둡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7일 밝힌 3월 과채관측을 보면 이달 일반토마토가 전년 대비 19% 가격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것을 비롯해 방울토마토 -28%, 백다다기 오이 -18%, 취청 오이 -24%, 청양계 풋고추 -48%, 애호박 -31%, 딸기 -10% 등 전 품목의 가격 하락이 예고됐다.

소비력도 큰 기대를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어수선한 시국 상황에 선거철로 인한 소비력 감소에다 최근 사드로 인한 중국과의 악화된 관계도 소비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시장에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이들 품목과 경쟁할 수입 물량도 불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봄철 들어오는 주요 수입 품목인 칠레산 포도의 경우 현지 작황 호조로 지난해보다 3주 가량 빨라진 2월말부터 시장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고품위 물량의 경우 시장에서 높은 가격대가 나오고 있다. 실제 가락시장에서 5kg기준 1만원대에 형성되고 있는 방울토마토의 경우 최고품위 상품은 6만원선까지 도매가가 형성됐다. 또 유통가에선 지자체와의 연계 행사, 고품위 물량 위주의 시식행사 등의 필요성이 선별 출하의 중요성과 함께 강조되고 있다.

박영욱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차장은 “출하시기가 앞당겨지고 양이 늘어나는 등 현재 시장에선 물량이 급격히 불어나고 시세는 약세가 형성되고 있지만 평균 1만원대 방울토마토가 고품위의 경우 6만원을 넘어서는 등 품질과 당도가 좋은 물량은 제값을 받고 있다”며 “올해 유독 출하량이 많은 봄철 시장 상황을 놓고 보면 비품은 철저히 시장 출하를 차단하고 고품위 위주의 선별 출하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직 농협유통 양재점 과일팀장은 “소비지 시장에서도 물량이 크게 불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반면 경기는 좋지 못해 이에 대한 돌파구로 지자체 프로모션 등 상생 마케팅 행사를 기획하고 있고, 고품위 위주로 시식행사를 통해 소비도 끌어올리려고 한다. 작황이 양호해 품위가 좋다는 것을 알려 소비력을 올리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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