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생물 병저항성·다수성 등
관련 유전자 해독해 활용 가능
디지털 생명산업 전환 기대


2001년 ‘인간게놈프로젝트’로 사람 유전자의 종류와 개수, 구조, 기능 등을 해독한 ‘생명체 설계도’가 작성돼 유전병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당시 인간게놈 해독비용은 3000억원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수백만원이면 가능하다.

국민의 유전체정보를 해독하고 빅데이터화 한다면 생애주기별 맞춤형 질병예방과 치료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다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 등으로 유전체정보가 엄격하게 관리돼야 시행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르면 올 3월부터 ‘유전체대량해독장비’를 이용한 암 검진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폐암 환자의 경우 기존의 방법으로는 10여종의 유전자가 분석됐으나 ‘유전체대량해독장비’를 사용할 경우 50종의 유전자를 한번에 분석할 수 있고 비용도 50만원 정도로 예상돼 암 검진과 치료에 유전자정보가 본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IBM社의 인공지능 로봇인 ‘닥터왓슨’은 방대한 임상시험, 연구결과 등을 빅데이터화한 후 환자의 정보와 함께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먹거리를 담당하는 농업분야에서도 작물, 가축, 미생물, 곤충 등 다양한 생물자원을 이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농생물자원에 대한 유전체해독이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벼, 배추, 고추 등을 이미 완료했다.

현재는 고구마, 들깨, 배, 양파, 버섯, 오골계, 오리, 제주마 등 17품목에 대해 유전체해독 중이며 2021년까지 모두 37품목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나라 농생물이 보유한 중요한 형질, 예를 들어 병저항성, 다수성, 고품질, 식미, 가뭄저항성 등에 관련된 유전자를 해독하고 활용하기 위함이다.

그 사례로 농촌진흥청은 2012년 벤처회사인 ‘고추와육종’과 함께 남미 고추에서 탄저병 저항성 유전자를 발견했다. 당시에 우리나라 고추에는 탄저병 저항성 자원이 없어 피해가 매년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남미 고추와 국내 품종과 교배하여 세계 최초로 탄저병 저항성 고추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작물육종은 육종가가 가진 축적된 경험, 감각 및 고도의 기술로 탄생된 ‘예술작품’과도 같다. 그러나 모든 작물과 품종에 대한 유전자 빅데이터가 구축되면 컴퓨터가 좋은 유전자만 집적할 수 있는 재료와 방법을 ‘닥터왓슨’이 최적의 질병치료법을 제시하듯이, 인공지능으로 설계하고, 육종가는 설계된 대로 교배, 선발하면 된다. 농산업 보호와 품질, 생산성 덕택에 힘겹게 국가 농업기반을 방어하고 있지만 혁신적인 도구가 없으면 우리의 농산업의 미래는 암울하다.

결국 우리의 농산업을 튼튼히 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간게놈프로젝트’와 같이 ‘농생명 유전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에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농생명산업도 유전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형 품종개발체계가 노동과 기술집약 농업 패러다임을 디지털 생명산업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손성한/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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