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성주골프장 사드 부지 제공 결정 파장

롯데그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부지 제공 결정으로 롯데마트를 비롯한 롯데에 대한 중국인의 반감이 한국산 상품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농식품의 대중국 수출에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롯데마트가 중국에 진출한 최대 규모의 한국계 유통업체이자 우리 농식품의 대형 판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그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언론까지 나서 롯데 때리기
SNS 악성루머·댓글 일파만파

일부 롯데마트 영업정지 조치
"든든한 대형판로 잃는 셈"

곳곳서 이미 수출애로 겪어
수출계약 제품 공급 중단 요청에
김치 홍보 '한국'표기 빼달라까지  


▲중국서 롯데 불매운동·반한감정 확산=지난 2월 27일 롯데그룹이 롯데상사 이사회를 통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중국 언론과 소비자들이 앞장서 롯데 불매 운동에 나서고 있고, 이는 식품·화장품을 비롯한 한국산 상품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롯데가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는 식의 강한 비난 논조로 사설을 싣는 등 롯데 때리기에 나섰고, 현지 인기 뉴스앱 ‘진르토티아오’에서는 롯데 사드부지 관련 기사마다 롯데마트 불매 댓글과 한국 제품을 쓰지 말자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상하이지사의 김지일 과장은 “중국의 대형 온라인마켓 ‘징동닷컴’은 롯데마트몰을 폐쇄 조치했고, 웨이신 등 중국 유명 SNS에서 롯데 브랜드뿐만 아니라 한국산 상품 전반에 대한 악성 댓글과 루머가 전파되는 등 중국 내 여론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사드 여파 대중국 수출 불똥 우려=이처럼 롯데 사드부지 제공이 촉발한 중국 내 한국산 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우리 농식품의 대중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 우리 농식품의 유통 판로로서 롯데마트의 위상을 고려할 때,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롯데마트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유통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크고(롯데슈퍼 포함 2016년 12월 기준 115개), 지역별 매장 차이는 있지만 유제품·김·떡볶이 등 50여종~150여종 이상 상당수의 우리 농식품이 입점됐다.

하지만 롯데의 사드부지 제공 여파로 중국 롯데마트 일부 매장들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중국인들이 롯데마트 매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등 분위기가 악화일로다. 일부 벤더들이 롯데마트로 제품 공급을 거부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롯데마트가 최근 중국 매장 사업 효율성을 이유로 단계적 철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중국 롯데마트에 공급된 우리 농식품의 향후 판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하이지역 롯데마트에 우리 쌀을 공급한 경험이 있는 RPC 관계자는 “다른 현지 유통업체와 비교해 롯데마트가 한국산 상품 취급 수도 많고,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 중국 수출에 유리한 점이 있다”며 “중국 롯데마트 매장 수가 축소된다면,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대형 판로를 잃은 것과 다름없고, 신규판로 개척에 드는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미 일부 업체들은 사드 여파로 의심될만한 수출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차 수출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지역 슈퍼마켓에 차음료를 공급하는 현지 벤더와 수출 계약이 성사돼, 이달 초부터 유자차 등 우리 제품 공급을 개시할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롯데 사드부지 여파 때문인지 우리가 과거 국내 롯데마트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제품을 공급한 이력을 얘기하며, 당분간 공급 시기를 늦춰야겠다는 통보를 받아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쌀과 김치, 삼계탕 등 대중국 수출검역 해소품목의 안정적인 시장정착에도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 품목은 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인지도가 낮다. 때문에 중국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소비자 대상의 대외 홍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치 수출업체 관계자는 “우리 김치를 공급받은 유통업체 바이어가 최근 제품을 홍보할 때 ‘한국’이라는 표기를 빼달라고 요청했으며, 중국인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진행했던 김치요리 시식행사도 당분간 자제해야 해서 홍보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국 수출지원사업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물량 면에서 우리 농식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aT는 중국 식품박람회 참가·대중국수출전략품목 홍보 등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지일 과장은 “당장 5월 중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국제식품박람회 ‘씨알차이나(SIAL CHINA)’를 앞둔 상황에서, 한국관 홍보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사드 여파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지속될 경우, 박람회 홍보 등 지원사업에 차질을 빚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통관 모니터링 강화·B2B 판로 발굴 대응=이처럼 사드 여파로 우리 농식품의 대중국 수출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부터 국내 식품 수출업계와 중국 바이어 및 현지 매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통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농수산식품 수출지원정보 홈페이지 KATI(www.kati.net)를 통해 중국 비관세장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게시하고 있다.

이정삼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중국 현지 분위기를 감안해 우리 농식품에 우호적인 바이어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홍보 효과를 높이고, 신규 B2B 판로 발굴에 초점을 맞춰 대중국 수출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성은 기자 parks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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