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산물 중 물미역·파래 등 해조류를 청과부류 품목에 넣는 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돼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입법예고 한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 시행령 개정안에 해조류를 청과부류 거래품목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농안법 시행령 개정안에 청과부류 거래품목 분류 논란
수산부류 유통인 “부류별 구분 입법취지 안맞아” 반발
“김·다시마 등 다른 해조류까지 취급 근거될라” 우려도


농식품부는 수산물 중 일부 품목(물미역 등)이 수산부류가 아닌 청과부류 도매시장에서 유통되는 관행 때문이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선 물미역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돼 청과부류 상인들이 취급하고 있으며, 다른 지방 도매시장의 경우 관행적으로 청과부류 상인들이 해조류를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취급물량도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수산부류에서 유통되는 물량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은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청과부류 상인들이 채소류와 해조류를 함께 공급하면서 물량이 차츰 늘어난 것이라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거래품목 중 청과부류(제2조의 2)에 ‘수산물 중 포장된 해조류’란 문구를 포함시키는 농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것이다.

시장 내 수산부류 유통인들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물미역 등이 청과부류 쪽에서 유통되고 있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엄연히 수산물로 분류되는 해조류를 청과부류 거래품목에 넣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수산물도매법인협회는 농식품부에 공문을 보내 “어업인이 생산하는 수산부류를 농업인이 생산하는 청과부류에 포함시키는 것은 부류별 구분의 근본적 입법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청과부류와 수산부류의 구분은 시장 내 장소적 분류가 아니므로 청과시장지역에서 해조류가 불법, 불투명하게 거래되고 있다 하더라도 수산물을 청과부류에서 거래되도록 합법화 시키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수산부류 유통인들은 해조류가 청과부류에 포함될 경우 현재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물미역 등의 거래는 물론 김이나 다시마 등 다른 종류의 해조류까지 청과부류에서 취급할 수 있는 법 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신문섭 수산물도매법인협회 부회장은 “도매시장 거래실적을 보면 수산부류는 청과부류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고, 열악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만약 청과부류에서 해조류를 취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면 수산부류 쪽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이번 입법예고 안은 말이 되지 않는 것으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려다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라며 “만약 수산부류 중도매인들이 청과부류 품목을 취급하도록 법을 바꿔달라고 하면 법을 개정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 지방 도매시장에서 청과부류 상인이 취급하는 문제를 단속한적이 있었는데, 해조류 공급 어민들이 판로가 막혀 민원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면서 "현장 상황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기 위함이지만, 입법예고 과정에서 수산업계의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이를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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