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경기도 화성에서 드론과 무인헬기를 이용해 풀사료 봄 파종 시연회를 개최했다. 드론으로 밑거름(복합비료)을, 무인헬기로는 겨울철 사료작물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의 종자를 살포했다. 특히 무인헬기는 시간당 4ha 정도를 파종할 수 있어 이날 제대로 진가를 발휘했다.

일반적으로 풀사료 봄 파종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는 시기부터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파종법은 언 땅에도 파종이 가능하다. 내한성을 강화한 풀사료 품종과 파종시기에 따른 적정 비료량을 구명한 재배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벼농사 일정이 늦어지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다.

풀사료는 되새김 위(胃)를 갖고 있는 소에게 중요한 먹을거리이다. 적정량의 풀사료를 먹지 못하면 위 융모에 이상이 나타나 대사성 질병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소화기 장애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료의 40%(건물기준) 이상을 풀사료로 먹여야 한다. 그러나 올해는 풀사료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 가을 풀사료 파종 실적은 계획대비 64% 정도로 올 봄 풀사료 생산량이 평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풀사료의 부족원인은 지난해 벼 수확기에 자주 내린 비로 볏짚의 사료적 가치가 떨어졌고, 수분이 많은 땅에 풀사료를 파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봄 파종을 유도하기 위해 3월 20일까지 ‘봄 파종 대책기간’으로 설정하고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전문가 현장기술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풀사료는 가을 파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른 봄에 파종량을 늘리고 비료를 더 주면 가을 파종을 한 것과 같은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다. 봄 파종은 국내 사료작물 자급률을 높여 안정된 축산 기반을 조성하는 데 일조한다. 한우에 품질 좋은 풀사료를 먹이면 배합사료 양을 18%까지 줄일 수 있어 현재 24.1%까지 떨어진 곡물자급률도 올릴 수 있다. 또한 현재 103.9%인 경지이용률도 높일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국 1700여 개소에 달하는 축산농가 및 조사료 경영체에 지급하는 사일리지 제조비 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풀사료 재배가 농가소득에도 한 몫 한다.

농촌진흥청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부처와 협업을 통해 대단위 풀사료 경작단지 조성과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헥타르당 생산성을 높이고, 벼품종과 연계한 작부체계 개발 등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봄 파종은 풀사료 부족분을 해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료작물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고, 더 나아가 우리 식량주권을 지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부족사태를 봄 파종으로 슬기롭게 극복해 축산농가의 시름을 덜 수 있기를 바란다.

허건량 농촌진흥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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