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은 충남 홍성에서 매일 첫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근을 한다. 지난 2005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설 농촌정보문화센터에 입사하면서 시작된 일이니 벌써 12년째다. 하루 왕복 4시간이 넘는 출퇴근길. 그는 스스로 “미쳐서 하는 짓”이라며 웃었다.

원래 서울토박이인 김 센터장은 198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홍성으로 내려와 결혼도 하고, 아이 셋을 낳아 키우며 홍동마을 사람이 됐다. 귀촌 1세대인 셈이다. 홍성 YMCA 간사로 시작해 풀무생협 판매부장, 홍성여성농업인센터 소장 등을 지내며 지역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 그의 경력 덕분인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종합상담과 정보제공, 교육 지원업무 등을 수행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의 일은 그에게 맞춤 옷처럼 딱 어울렸다. 지난달 양재동 aT센터로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고 원스톱 서비스 강화에 나선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찾았다.

홍성에서 서울까지 12년째 출퇴근 중
귀촌1세대…지금 일, 맞춤옷처럼 딱

취임 후 정책 추진체계 정비에 역점
중앙-지방-민간기관간 역할 분담
협조체계 만들어 효율성 제고 노력

도시일자리 줄어 청년 취업난 심각
젊은층 절실한 농촌에서 기회 찾아야
​내년도 예산 확보 총력 다할 것


-지난해 4월 센터장에 취임했다. 그동안 가장 역점을 두었던 일은.
“귀농귀촌정책 추진체계를 정비하는 일이었다.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기관은 기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움직이다 보니 문제가 많았다. 죄다 물고기만 잡으면 잡은 물고기는 누가 돌보겠나. 역할을 분담하고 협업을 해야 보다 체계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먼저 정부, 지자체, 귀농·귀촌인단체,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중앙 귀농·귀촌협의회를 만들었다. 앞으로 이 협의회를 통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사무실을 이전해 넓힌 것도 전국 9개도 지자체 및 유관기관 통합 상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지자체 교육공간도 만들었으니 돌아가며 시군의 날 등을 운영, 활용하도록 할 생각이다.”

-최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청년층의 귀농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 상담 오는 사람들을 보면 20, 30대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현장에 가도 같은 말들을 한다. 젊은 친구들이 많이 돌아다닌다고. 문제는 기술이나 경험, 자본력이 부족한 청년층의 신규 진입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본의 ‘청년 신규취농급부금 제도(최장 7년, 연간 150만엔 지원)’ 같은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일정 소득을 받으면서 농업을 익힐 수 있도록 농업법인이나 6차산업 인증기업 등에 취업기회를 제공한다거나, 홍성의 젊은협업농장을 모델로 정부가 계획 중인 ‘청년 창농 교육농장’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 시골에 가면 하우스 작물로 돈을 벌었던 초기 농민들의 농지가 많이 나온다. 70대 중반이 넘어가면 하우스 농사가 어렵기 때문에 향후 5년 내에 빈 하우스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또 귀농귀촌인 DB를 구축,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사회적 일자리사업과 연계하면 돌보미나 방과후 교사, 생태지도사 등 다양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본다.”

-귀농귀촌인이 증가하면서 현지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 주민과의 갈등 문제는 언론을 통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 현재 역귀농률이 11% 정도인데, 그 중 원인을 분석해보면 주민간 갈등은 1.6%밖에 안된다. 중소농들의 후계구도가 무너진 상태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생각한다면, 귀농귀촌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에 젊은 사람이 있어야 학교도 유지할 수 있고, 복지나 문화 등 공적서비스도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현지인들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또 귀농귀촌인들도 농촌의 정서,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충분히 해결가능하다.”

-최근 귀농귀촌이 트렌드가 되다보니 기획부동산 등에 의한 사기피해도 늘고 있는데.
“요즘엔 아예 귀농교육을 받으면서 거기서 만난 교육생들과 친분을 쌓은 다음 사기를 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가급적 모든 정보는 지자체나 국가기관, 공공기관을 통해 우선 알아보고, 농지나 주택을 살 때는 반드시 발품을 팔아야 한다. 시골에서 집이나 농지를 부동산에 내놓는 경우는 딱 두가지다. 너무 규모가 크거나, 하자가 있어 아는 사람한테 팔기는 곤란한 경우. 농사 잘되는 땅은 아는 사람한테만 준다. ‘귀농인의 집’ 등을 이용해 살아보면서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성실하게 일하다보면 동네 사람들이 알아서 도와준다.”

김 센터장은 “올해가 굉장히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마련한 귀농귀촌 지원종합계획(17~21)을 차질없이 추진하려면 내년도 예산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자체 예산을 쪼개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성과를 점검, 예산당국 설득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도시 일자리는 자꾸 줄고 있다. 반면 농촌에서는 젊은 인적 자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귀농귀촌정책이 맞닿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과감히 예산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김선아 기자 kl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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