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접지불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직불제도 취지에 맞춰 농가소득보전을 기본으로 직불제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이슈보고서 ‘유럽 직접지불제도 시사점, 소득보전이 우선이다’에 따르면 농업인들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불제에서 농가소득 보전 기능의 현상 유지와 확대 및 축소 여부를 비롯해 중소 가족농을 위한 소득보전 규모의 변화 여부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가격 
최저가격 이하로 자주 떨어져
직불제-최저가격 보장제 
병행 방식 도입 바람직


▲유럽연합 직불제 개요=EU의 직불제는 1960년대 이후 30년 동안 공동 농업정책의 근간을 이루던 최저가격제도가 약화되면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도입됐다. 1992년 공동농업정책 개혁에서 최저가격을 인하하면서 그만큼 평균단수 기준으로 면적당 ‘보상지불’로 바뀌었다. 2000년에는 다시 최저가격 인하와 함께 부분적으로만 보상하던 지급단가를 추가 단행했다.

이때 직불제는 두 개의 기둥으로 범주화됐다. 하나(제1기둥)는 좁은 의미의 직불제인 ‘direct payment’로 전체 직불제 규모의 약 80%를 점유한다. 이는 3단계 과정을 거쳤다. 1단계는 품목연계 직불로 1992년 공동농업정책 개혁으로 품목별 최저가격 인하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품목에 따라 지급단가가 서로 달랐는데 우리나라의 쌀 소득보전 직접직불 가운데 고정직불 도입에 시사점을 주었다.

2단계는 단일직불(SPS)로 ‘의제 2000’ 공동농업정책 개혁을 통해 품목과 연계하지 않고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는 품목을 기준하지 않고 농가 경작면적을 기준으로 지불단가를 결정하는데 우리나라 밭 농업 직불에 시사점을 주었다. 3단계는 2013년 직불제 개편과 함께 종전 단일직불에서 단일직불과 녹색직불로 분화됐다. 단일직불의 약 30%를 일정 수준 상호의무(대응의무)를 이행하는 명목으로 지불하는 녹색지불로 할당한 것이다. 

제2 기둥은 지불제도(payment scheme)로 1992년 개혁에서 보조수단이란 이름으로 농촌발전, 환경적 고려의 지불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전체 직불제 규모에서 약 20%를 점유한다. 이를 농촌개발 정책으로 환경적 기능 보조와 조건불리지역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좁은 의미의 직불제만 고려할 경우 EU 27개 회원국은 평균 0.34%로 0.07%인 우리나라의 약 5배 수준이다. 농업총생산액 기준 직접지불 비중도 EU는 평균 21.11%인 반면 우리나라는 4.18%에 그친다. 농가의 농업요소소득(농가소득)에서 직불금(제1기둥) 비중은 30% 수준으로 덴마크(70%), 아일랜드 및 스웨덴(50%) 등이 높다. 농가요소소득 대비 보조금 비중도 EU 평균치가 40% 수준이다.

▲유럽연합 직불제 시사점=먼저, 직불제와 최저가격보장제의 병행이다. 우리나라는 농산물 시장가격이 최저가격 이하로 폭락하는 상황이 빈번하고 최저가격보장제 자체가 취약하므로 이를 대폭 확대해 직불제와 최저가격보장제를 병행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직불제는 소득보전 기능이 최우선이란 점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쌀 고정직불제를 도입하면서 재배면적 약 92만ha 기준 1ha당 60만원으로 결정했다. 2016년 도입된 밭 농업 직불제는 1ha 40만원에 그쳐 이를 조속히 동일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쌀과 밭 직불제를 통합해 농가소득 보전에 중점을 둔 기본형 직불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경호 녀름 소장은 특히 “소득보전을 직접지불의 기본으로 하면서 환경, 경관 등 다양한 목적의 직불제를 추가로 보완해야 한다”며 “직불제 규모도 대폭 확대할 것”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직불제 규모는 국가경제 GDP나 농업총생산액 기준 모두 유럽의 5분의 1수준에 그치는 만큼 현행 직불제 규모를 단계적으로 5년 이내에 5배 정도 확대하자는 것이다.

장 소장은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직불제 개편은 쌀값 폭락으로 변동직불 규모가 대폭 증가하면서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명확하다”며 “농업인 입장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판단할 부분은 ‘농가소득’으로 직불제가 담당하는 농가소득 보전 기능의 확대나 축소 및 현상 유지 여부이고, 다음은 중소 가족농을 위한 소득보전 규모의 확대 혹은 축소여부”라고 강조했다.

문광운 기자 moon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