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망친 토끼를 우여곡절 끝에 잡은 뒤 아들과 함께 기뻐하는 길익균 씨.

준비 없는 귀농귀촌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 법. 충남 홍성 길익균(37) 씨가 그 예외적인 주인공이다. 2011년 홍성 귀농투어에 참가했던 길씨는 마을에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불과 일주일 만에 구항면 거북이마을로 귀촌을 감행한다.

홍성살이 블로그로 세상과 소통
하루 방문자 4000명 인기몰이

페이스북엔 네트워크 만들어
청년 귀농귀촌 정보 공유

'미디어협동조합'까지 준비 열심
생생한 '지역언론' 큰 꿈 꾸죠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홍성에 연고가 없어서 신경 쓸 일도 많지 않았다. 최대의 난관은 대화할 수 있는 또래 친구가 없다는 ‘외로움’이었다. “농촌에는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잖아요. 사람이 사는 곳인데 소통하고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없더라고요. 소통할 대상이 필요했고, 제 얘기를 하고 싶었죠. 당시 소셜네트워크(SNS)는 유일한 소통 채널이었어요.”

길씨는 마을사무장으로 일하면서 ‘길자탱자의 홍성살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진돗개가 새끼를 낳아 키우는 이야기 등 마을의 소소한 일상을 블로그에 올렸고, 하루방문자가 4000명에 육박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지역신문에 연재를 하기도 했다.
 

▲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를 함께 준비 중인 정명진 씨(왼쪽)와 서혜림 씨.

특히 길씨는 페이스북에 ‘청년귀농귀촌시골살이’라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전국 방방곳곳에 있는 청년들과 귀농귀촌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힘을 모아가고 있다. “2년 전쯤 귀촌한 청년들이 오프라인에서 모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페이스북에 그룹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청년들이 농촌에 더 많이 오게 하고 싶었거든요.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청년 귀농귀촌의 허브역할을 하는 게 목표였죠. 현재 1500명 정도의 청년들이 가입돼 있고, 이들의 친구들을 통해 정보가 퍼져나가니까 파급효과가 상당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동갑내기 친구 2명과 함께 ‘로컬스토리’라는 미디어협동조합을 준비 중이다. “의외로 농촌에는 홍보영상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지만, 비용 때문에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독학으로 영상촬영을 공부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지난해 8월부터 미디어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죠. 우선 공익활동 차원에서 마을의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있어요. 아직 퀄리티는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홍보영상이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고,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어요.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아무래도 지역의 본연의 색을 담아내는 거죠.”
 

▲ 길익균 씨는 요즘 아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첫 홍보영상은 해남의 ‘설아다원’이었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모습을 테마로 연출했는데, 주변의 호평이 이어졌고, ‘영상을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물론 기술적으로 전문업체를 따라가진 못하지만, 아마추어적인 영상이 오히려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웃음) 아직까지는 수요가 많지는 않았지만, 각종 지역단체의 총회에서 오프닝 영상을 만들어 보는 걸 역제안해서 수요를 만들어갈 생각이에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향후에는 지역 밀착형 농촌 콘텐츠를 만드는 지역언론이 되고 싶어요.”

사실 ‘로컬스토리’에는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어 더 많은 청년들이 농촌에서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길씨의 소망이 담겨있기도 하다. “협동조합의 주요미션 중 하나가 지역의 일자리를 만드는 거잖아요. 전국에 저희 같은 모임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미디어협동조합이 잘 정착하고 지속될 수 있도록 당장 급여 부분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죠. 그런 차원에서 페이스북에서 로컬스토리 많이 검색해주세요.” 홍보영상 제작문의 localstory88@gmail.com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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