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수 2년 만에 반토막…“할 것도 없고 놀릴 수도 없고”
사과·자두, 복숭아 심거나 블루베리 재배 울며 겨자먹기

▲ 작년에 폐원한 영동군 매곡면의 한 과원

충북 영동군 황간면 이태호 씨는 올해 나이 50이다. 농촌에서는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그가 작년에 포도농사를 그만뒀다. 6500평 포도과원 전체를 폐원한 것이다. 재배 시작 후 8년만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좋았어요. 5kg 한 짝당 만3000원에서 만7000원까지 받았습니다.  평균 6000짝에서 7000짝을 수확했으니까 조수익으로 1억이 넘었지요.” 당시 좋았다던 포도가격은 2015년, 7000∼8000원대로 곤두박칠쳤다. 이씨는 올해 담배농사를 계획하고 있다. 포도 시작 전에 하던 일이다. “담배농사 50단, 1만5000평 정도를 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바보 소리 들었어요. 포도는 작게 해도 담배 이상으로 수익을 올렸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이씨는 면적당 소득을 따지면 담배만한 게 없다고 보고 있다. “우리 동네 네 농가가 폐원을 했는데 다 인삼밭으로 임대를 준대요. 나이도 있고 하니까 아예 농사를 그만둔다는 거지요. 젊은 사람들이 걱정이예요. 밭작물로 딱히 할 것도 없고…, 복숭아가 그래도 많은 것 같습니다.”매곡면 김두진 씨는 2800평 과원을 폐원했다. 그는 작년에 사과 1000평을 심었고 올해는 복숭아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작년에 열 네 농가 중에서 여덟 농가가 폐원을 했어요. 작년에는 안 심더니 올해는 놀릴 수 없다고 사과나 복숭아를 한다고 그래요.”

학산면에서 3000평 포도를 재배하던 한규일(55) 씨는 폐원 후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를 심었다. “밭작물 하려고 했는데 파이프 시설이 돼 있어서 포기하고 울며겨자먹기로 심었어요. 뭔가는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한 거지요.” 작년부터 폐업 품목에 들어가 남들은 캐낸다는 블루베리를 그는 선택한 것이다. “주변에 젊은 사람들 네 농가가 폐업을 했는데 복숭아나 자두나 그렇다면서 묵힌다고 그러대요.”

2015년 기준 영동군의 포도농가는 3000호에 달했다. 작년에 816명이 폐원을 했고 올해 760명이 폐원 예정이다. 농가수가 2년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다. 1500명이 넘는 농민이 대체 작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영동군 농정과 관계자는 “작년에 나가 보니까 50% 정도는 일반 밭작물, 30%가 북숭아나 자두, 20% 정도가 임산물이나 특용작물을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이 관계자에 따르면 폐업 농가 중 50% 가량이 70대 이상이라고 한다. 어차피 폐업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문제는 젊은 농민들이다. 매곡면사무소 산업계 담당자는 “돈은 안 되지만 벼농사를 한다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마땅한 작목이 없으니까….” 포도 대체 작목으로 뭘 선택했는지는 4,5월쯤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폐원 사후관리 차원에서 군이 전수조사에 나서기 때문이다. 

영동=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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