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구제역 발생농장 사용 소독제 분석

6개 농장, 겨울철에 부적합한 산성제 제품 사용

지난해 효력미흡 소독제 대상
판매중지 조치 불구 사용 여전
정부·지자체 관리 부실 '도마위' 


올해 구제역이 발생한 9개 농장 가운데 7개 농장에서 효력이 미흡한 소독제를 사용하거나 아예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독제 관리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구제역 발생농장 사용 소독제 내역’ 분석 과정에서 밝혀진 것으로, 9개 농장 중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은 1개 농장을 제외한 6개 농장이 겨울철 낮은 기온에 부적합한 산성제 등의 제품을 사용했다.

소독제는 작용기전별로 염기제와 알데하이드, 산화제, 산성제, 계면활성제 등으로 분류되는데,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산화제 계열의 소독제가 낮은 기온에서 보다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겨울철에는 산화제 계열의 소독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일부에선 영하의 온도에서 효능을 발휘하는 제품은 ‘과산화초산’ 성분의 소독제가 유일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올해 구제역 발생 농장 중 산화제 계열의 소독제를 사용한 곳은 단 2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1개 농장의 경우 산화제와 산성제를 동시에 사용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산성제 소독제를 사용한 6개 농장(동시 사용 포함) 중 5개 농장의 3개 제품이 정부가 지난해 효력시험을 통해 인증한 소독제 리스트에 포함된 제품이 아니라는 것. 더군다나 3개 소독제 중 1개 제품은 구제역과는 상관없는 AI 전용 소독제로, AI 예방용 소독제 효력검사에서도 불합격된 제품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개 제품은 AI·구제역 겸용 소독제인데, 이 소독제들도 AI 소독제 효력검사에서는 미흡제품으로 판정 받아 효력인증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이같이 정부가 지난해 효력시험을 통해 효력미흡 소독제를 농가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지만 여전히 농가에서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독제는 보통 지자체를 통해 지역 농가에 일괄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자료를 분석한 위성곤 의원은 “AI 사태 시 이미 소독제 등에 대한 방역당국의 부실한 관리가 지적돼 왔는데도 이러한 문제가 구제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며 “지자체에만 책임을 미룰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이 문제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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