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농식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광역시에서 영업하는 한 대형마트는 올해 설 명절 기간 동안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은 4.3% 감소에 머물렀다. 하지만 신선식품의 매출은 -17%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를 품목군 별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산물은 -30%, 축산물은 -26%, 인삼제품은 -11;30%, 과일류는 -12%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고급품 중심으로 취급하는 백화점의 경우 더욱 명확하다. 서울 지역에서 영업하는 한 백화점의 경우 실속상품의 출시를 강화해 설 명절 기간 동안 매출액은 전년대비 1% 감소하는데 머물렀으나 신선 농식품의 매출액 감소가 눈길을 끈다. 각각의 품목군 별 매출액 변화는 과일 부문의 매출액이 전년 동 기간 대비 -28%로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육류와 수산은 -10%를 나타냈다. 이처럼 청탁금지법이 농식품의 소비에 미친 영향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 제공 ‘해법’

우리나라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소비량 감소와 수입 농산물의 지속적인 증가를 경험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품차별화 경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부단히 진행돼 왔다. 특히 농식품 부문에서 고품질화는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농가소득을 지지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정부에서도 고품질화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지원을 펼쳐왔다. 그러나 2016년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프리미엄급 농식품 시장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백화점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판매가격 인하현상은 뚜렷하지만 프리미엄 상품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특히 과일, 축산물, 수산물 등의 수요 급감현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신선 농식품의 프리미엄화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설 선물세트는 신선 농식품에서 가공식품이나 공산품 등으로 전이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증가는 수입 농산물이 원료 농산물로 활용돼 국내 자급률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농식품 선물세트에 대한 청탁금지법의 규제금액 상한을 완화하거나 규제금액 자체에 예외를 적용하는 등의 대응책도 필요하다.

특정시기 수요 연중수요로 전환

이번 경험을 통해 농업 생산주체에 남겨진 과제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추석과 명절 등과 같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프리미엄급 제품의 수요(선물용 수요)를 어떻게 연중 수요로 전환·분산시킬 것인가이다. 가령 배는 추석(9월)과 설(1~2월)에 전체 생산량의 50%가 거래될 정도로 시기별 편중이 심각한 것이 특징이다. 제사용 수요나 이에 기반한 선물수요의 감소 등이 지속될수록 배의 소비침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제사용으로서의 가치가 고려되는 대과 중심의 과일생산에서 일반 소비용으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과 중심의 생산으로의 변화도 요구된다.

두 번째는 고가 프리미업급 제품을 어떻게 합리적인 가격의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전환할 것인가이다. 이는 고비용 프리미엄급 제품생산에서 저비용 프리미엄급 제품생산으로의 전환과도 같다. 이번 설 명절 기간 동안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판매수량 감소보다 판매금액의 인하로 인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판매가격 인하는 결국 상품크기를 줄이거나 스펙을 낮추는 방향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기존의 프리미엄급 상품이 설자리를 잃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선물용 수요를 중심으로 유지돼 온 프리미엄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선물용 수요의 감소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첫 번째 명절이었던 이번 설에 더욱 명료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과거부터 선물용 수요는 꾸준히 감소해 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선물용이 아닌 일반 소비용으로의 프리미엄화를 꾀하는 실속형 상품화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백화점이 기획해 설 명절의 매출유지에 크게 기여한 명인명촌 제품이다. 소위 명인이 생산한 제품을 소량씩 세트화해 실속형 프리미엄상품으로 출시하면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실속형 상품 프리미엄화 꾀해야

이러한 관점에서 프리미엄급을 구성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치란 철학적으로는 구매자의 욕구나 관심에 대해 재화나 용역이 갖는 의미를 말한다. 따라서 구매자가 갖는 욕구나 관심의 정도에 따라 제공되는 재화나 용역에 대한 가치의 정도도 달라진다. 구매자는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이 유통경로의 다원화를 초래한 측면도 적지 않다. 소비자는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다양한 유통경로를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각각의 유통경로별로 농업 생산자 주체의 대응방법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가령 단순히 인터넷이나 TV 홈쇼핑을 통해 구입하는 소비자는 가격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농가와 직거래를 하는 소비자는 가격보다는 안심할 수 있다는 점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또한 구매자와 사용자가 다른 선물용 수요의 경우에는 신뢰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반드시 맛과 외관만이 가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각각의 구매자와 유통경로별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는 대응이 필요한 때이다.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의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통해 고객에게 다르다는 점을 어필하는 제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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