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네”라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힘들고 고생스런 시대다.

행복 위한 물적 토대는 충분
성장 담론 버려야 변화 가능


한국은 아시아의 최빈국 중 하나였다. 그런 나라가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경제성장에 올인해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삶의 질은 부끄럽다. 2015년 유엔 ‘세계 행복의 날’에 맞춘 미국 갤럽의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인들의 행복감은 143개 나라 중 118위였다. 이젠 경제 성장도 안 되고, 행복하지도 않다. 그야 말로 ‘헬조선’이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국민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이것이 ‘이스텔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다. 리처드 이스텔린(Richard Easterlin)은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다”고 했다. “부자 되세요. 꼭이요!”라고 외치며 경제성장을 부르대던 시대는 갔다. 성장보다는 행복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사회의 패러다임을 ‘경제성장’에서 ‘국민총행복’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해온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이 ‘부탄 행복의 비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면 충분하다’라는 책을 냈다.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부탄을 다녀오고, 2015년에는 두 달간 체류하면서 부탄의 ‘국민총행복정책’을 연구한 결과다. 이런 시각은 그가 현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농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추진 중인 ‘농정공동공약’에도 반영되고 있다. 농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부탄은 UN이 정한 48개 최빈국 중 하나지만, 국민들의 90% 이상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국민소득이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부탄이 어떻게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지 보여준다. 부탄은 헌법에 국민총행복(GNH) 증진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국왕 직속 국민총행복위원회를 설치했다. GDP보다 GNH를 중시한다. 부탄은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고, 그 이상부터는 성적을 기준으로 우수 학생을 뽑아 대학과 유학을 보내준다. 아직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의료도 무상이다. 경제성장은 한국이 압도적이지만 ‘행복’이나 ‘삶의 질’로 보면 한국은 최하위, 부탄은 최상위다.

저자는 우리가 앞으로 ‘성장 제로’, 혹은 저성장시대에 살아야 한다면 덴마크 같은 북유럽국가보다 오히려 가난한 나라 부탄의 국민총행복정책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강조한다. 북유럽의 행복한 삶은 1인당 6만 달러 이상의 물적 토대에서 누리고 있는데, 이를 잘못 이해하면 소득을 두 배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성장담론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유럽의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돈이 없다는 핑계로 남의 일로 치부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 2800달러인 나라가 하는 정책을 2만8000달러인 나라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정치적 ‘레토릭’에 지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전체 국민의 1%만 행복이 늘어났고, 나머지 국민의 행복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부탄이 우월한 국가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달한 우리나라는 행복을 위한 물적 토대는 충분히 갖췄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장이 아니라, 사회시스템을 국민 행복의 관점에서 새롭게 개조하는 것”이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이다. 경제학자의 눈으로 들여다 본 부탄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물결에 떠내려가는 ‘잘 살면서도 불행한 나라’, 한국이 좀 더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는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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